매화꽃 소식과 함께 봄이 가까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매화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조매(早梅)·동매(冬梅)·설중매(雪中梅)로 불린다. 그리고, 색깔에 따라 백매(白梅)·홍매(紅梅)라고 한다.

예로부터 매화는 고고한 선비와 연결돼 왔다. 매화가 굳은 기개(氣槪)가 있어 추운 날씨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은은한 향기가 있어서다.

매화 이야기라면 일본 후쿠오카의 다자이후(大宰府)에 있는 '도미우매(飛梅)'를 뺄 수 없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19km쯤 떨어진 곳에 천만궁(天滿宮)이라는 신사가 있다. 그곳에는 유명한 학문의 신 '스가하라 미치자네(菅原道眞, 845-903)'를 모시고 있다.

도비우매(飛梅)란 무엇인가. 어원으로 풀면 '날아온 매화(梅花)'다. 이 매화에 얽힌 전설 같은 사연이 있다.

스가하라(菅原) 선생은 그 당시 천황의 신임을 받아 교토(京都)에서 재상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모략(謀略)으로 이곳 후쿠오카의 다자이후로 좌천됐다. 스가하라는 11세 때 <달밤에 매화를 보다>는 시를 지을 만큼 매화를 좋아했다. 그는 교토를 떠나오면서 자신의 정원에 있던 매화나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화들아! 내가 떠나더라도 봄에 바람이 불면 너희들의 향기(香氣)를 내가 있는 곳에 날려 보내다오."

다음 해 봄 스가하라(菅原) 선생이 살던 교토의 정원에 있던 매화나무 한그루가 향기 대신 자신의 몸을 날려 바로 이 다자이후에 왔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도비우매(飛梅)- 물론, 후세 사람들이 만들어 논 덕담(德談)일 것이다. 하지만, 이토록 애틋한 사연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오늘에도 일본인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매화가 인간보다 낫도다."

이러한 사연 때문인지 천망궁(天滿宮) 주변에는 6.00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6000그루의 매화나무 중 이 도비우매(飛梅)가 선도적으로 꽃망울을 터트리고, 뒤이어 나머지 매화들이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이 도비우매(飛梅)가 첫 꽃망울을 터트린 날은 후쿠오카 지역 방송이나 신문들이 앞을 다투어 뉴스로 보도한다.

이곳에는 매화가 많은 관계로 매화와 관련한 상품이 많으나 매화떡(梅餠)이 인기가 있다. 매화떡(梅餠)에 얽힌 사연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스가하라 미치자네(菅原道眞)' 선생이 홀로 외딴 집에서 살 때 이웃의 할머니가 떡을 만들어 매화나무 가지에 끼워서 선생에게 드렸다. 이웃의 정(情)이 매화 향기처럼 은은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곳의 매화떡(梅餠)은 일본 전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래서 천만궁 입구에는 매화떡(梅餠)을 파는 상점들이 많다. 색깔은 대체로 하얀색이다. 단, 25일 하루는 녹색(요모기: 쑥의 종류)의 떡을 판다. 이유인즉, '미치자네(道眞)' 선생이 25일에 태어났기 때문이란다. 어느 맛 집은 떡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끝이 없다. 필자도 줄을 섰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던 적이 있다.

'스가하라 미치자네(菅原道眞)'가 세상을 떠난 지 천 년이 넘었으나 그는 여전히 일본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더불어, 그와 관련한 도비우매(飛梅)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전설 같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가슴 뭉클한 아름다운 스토리(story)다.

매화도 주인에 대한 의리가 있는데, 사람들의 의리는 점점 멀어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