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종합상가 내 공인중계사무소 벽면에 전세가격 시세를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있다. 전셋값 폭등에 지친 "전세 난민"들이 아파트 전세를 포기하고 비슷한 가격의 연립·다세대 주택을 구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속도가 빠른 가운데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부담 증가로 인한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범 정부 차원에서 국토교통부가 콘트롤타워 체제를 갖춰 정책을 리드하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지원 사격에 나선다. 전세의 매매 전환 유도 정책을 펴면서도 월세 부담을 낮추는 '투트랙 전략'을 기본으로 보완책을 강구하기로 한 것이다.

17일 국토교통부는 전세보다 통상 주거비가 더 많이 드는 월세로 임대차 시장이 바뀌면서 전셋값이 고공행진하고 주거부담이 늘어난 데 따른 단기보완책을 내놓기로 했다. 백약이 무효인 전월세난에 새로운 대책을 내놓아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보다는 기존 대책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향이다.  

전날 유일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첫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전세보다 월세 전환의 흐름을 바꾸기는 힘들지만 세입자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조만간 관련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지난달 25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주택시장에 대해 유의할 것을 강조하고 관련 부처에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월세대출 및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토부는 월세 세입자를 대상으로 연 금리 2.0%의 월세대출 상품을 출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상품 대상자는 △근로장려금 수급자 △취업준비생 △희망키움통장 가입자 등으로 보증금 1억원 이하에 월세 60만원 이하의 주택에 거주할 경우에만 대출이 가능하다. 매월 30만원씩 2년간 720만원 한도로 이뤄지며 1년 거치 후 일시상환하는 조건으로 최장 6년까지 3회 연장이 가능하다.

대상 요건 완화에 대해서는 상품취급기관인 우리은행과 국토부가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한주택보증이 전세세입자 보호를 위해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요건 완화도 검토중이다.

깡통전세란 집주인이 빚이 많아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현재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가입요건은 수도권은 4억원 이하, 지방은 3억원 이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월세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깡통전세에 대비해 전세금반환보증보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라며 "매입 및 전세임대 공급을 늘리고 이주수요 분산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주수요 분산 정책은 현재 진행중이다. 서울시는 조례를 개정해 500가구 이상 재정비단지의 경우에도 법정동네 재정비단지 아파트 합계가 2000가구 넘는 경우 이주수요 조정시기 심의대상에 포함해 이주수요 조정 근거를 만들었다.

다만 임대주택 확보를 위한 개인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동향을 살펴보고 있으나 파급력이 큰 만큼 섣불리 나설수 없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기재부와 금융위는 대출 창구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깡통 전세 등의 상황을 즉시 확인하고 있다"면서 "세제 문제는 고민해봐야 하지만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필요한 보완책이 무엇인지 협의중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