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이런가.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맑았다. 필자는 지난 20일 '아름다운 서당(書堂)' 1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아 집을 나섰다. 주말이어서인지 차가 무척 막혔다. 그래도 서두른 탓에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행사장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두 열로 도열한 젊은이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며 입장객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필자는 열광적인 분위기에 압도되어 엉거주춤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그리고서 깜짝 놀랐다.

'이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서당이 있을까?'

필자가 '아름다운 서당' 1기생들을 위해 전남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10여 명 남짓한 또랑또랑한 대학생들에게 인문학과 경영학 케이스 스터디를 하게하던 작은 서당(?)이 이토록 크게 성장한 것이다. 10년 동안 졸업한 학생이 500명에 이른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잘 따라준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재능기부를 해주신 많은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포토존에 선 아름다운 서당의 서재경 이사장

단상에서 10년을 소회(所懷)하며 인사말을 하는 서재경(67) 이사장이 이날따라 더욱 커 보였다. 누구의 도움 없이 열정과 집념으로 해낸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신중을 기하면서 명확하게 하라'는 당부의 말과, '실력을 닦은 후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 '그 실력을 사회발전에 써야 한다'. '어둡고 힘든 부분에 기여하라'는 말을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에게 강조했다. 그 어느 것 하나 흘려버릴 수가 없는 말들이다.

'아름다운 서당'은 대학 재학생들에게 토요일을 반납토록 해서 1년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토록 한다. 수강료 없이 진행되는 수업은 교수진이 엄선한 120권의 동서양 고전과 30권의 경영학 책을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한다. 주입식으로 끝나는 일방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세상이 환영하는 인재, 세상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특히, 이 서당에서는 3C를 강조한다. 3C는 Character(성품), Competence(업무능력), Commitment(사명감)이다.

"공부하는 요령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무엇이 옳고 그른 가에 대하여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하는 것이 이 서당의 본질적 목표입니다."

서재경 이사장의 부연(敷衍) 설명이다. 이 서당의 설립 취지도 남다르다.

"제가 몸담고 있던 대우 그룹의 해체라는 일을 당하고 상실감에 젖었습니다. 그리고서, 어떤 일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후배들에게 직장에서 필요한 인재상을 심어주자'는 생각에서 이일을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10년이 지난 오늘에야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벌이나 스펙보다는 인문학을 중시하고, 인성(人性)에 우선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서당 10년의 결과를 보고서 정말 기가 죽었습니다. 제가 민변(民辯: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변호사들에게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 여기에서 배운 모든 지식과 역량을 나라를 위해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되어 주세요."

'결석보다는 지각이 낫다'는 유머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서당' 관계자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 한승헌(80) 변호사의 축사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어렸을 적에 '시골의 원조 서당(書堂)에서 한문을 공부했다'는 경험담을 전하면서 자신이 쓴 사자성어(四字成語)를 풀이했다.

'우국여가(憂國如家: 나라 걱정을 제 집 걱정하듯이 하라)'

4시간이나 진행된 '아름다운 서당' 10주년 행사는 그간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물과 공연, 삼행시, 성공담 등 다양하게 펼쳐졌다. 앞으로 20년, 50년, 100년을 이어가자는 말도 나왔다.

10년 전 13명으로 시작된 작은 서당이 서울 YLA(Young Leaders Academy), 청년허브 YLA, 탐라 YLA, 경기 YLA, HRA(Human Resources Academy) 등으로 불어났다.

10년은 시작에 불과하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가는 '100년 서당'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 서당의 졸업생들처럼 품성 좋은 인재들이 많아지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욱 환하게 밝아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