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서점에 가면 손안에 쏘옥 들어오는 문고판이 즐비하다. 이런 유(流)의 책은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상태에서 독서를 하기에 편리하다. 며칠 전 필자는 일본에서 최근에 발간된 작은 문고판 하나를 샀다.

<60세부터의 인생 정리학(整理學)>

제목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저자도 특별했다. 저자 '구쓰와다 다카후미(轡田隆史·78)' 씨는 유명 아사히(朝日)신문사에서 40여 년 간 신문기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원로 저널리스트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과 평소의 생각을 책에 담았다. 42개의 테마로 구성된 이 책에는 항목 하나하나에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인생 후반기의 사람들에게 교훈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다.

그는 '사람이 나이를 먹고 노쇠(老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늙는다'는 것에 대한 그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늙지 않는다면 큰일이다. 인류에 있어서 일대 사건일 것이다. 눈과 이, 귀에서 '노쇠 현상이 시작된다'고 순서를 매기는 사람도 있다. 맞는 말이다. 우선 신문을 읽을 때 눈과 신문지의 거리가 멀어진다. 노안(老眼)의 시작이다. 이어서 치아가 빠지고, 귀도 잘 안 들린다. 이를 '일본의 삼경(松島·宮島·天의 橋立 등 삼대 절경)'처럼 역(逆) 삼경(三景)으로 비유하는 것도 일본의 전통적인 방법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책의 제목에서 풍기는 것은 60세 이후 인생을 마무리하라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내용은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가려내라는 것이다.

"늙어가는 것은 정신과 육체의 종언(終焉)을 향해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쇠와 감퇴(減退)는 재생(再生)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사쿠라(櫻)를 보라. 사쿠라가 지는 것은 새로이 꽃이 핀다는 것을 의미한다. 꽃이 지지 않고서는 새롭게 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에 대한 저자의 의견 피력(披瀝)이 특별하다.

"직업에는 끝이 있을지라도 일에는 끝이 없다. 이것이 단순한 진리이거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오해하고 있다. 정년은 일정의 마무리이지 일 자체의 마무리는 아니다. 일은 인간의 생명처럼 이어지는 것이다. 살아있는 그 자체가 인간으로써의 일인 것이다."

그렇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 대체로 55세에서 60세에 정년퇴직을 한다. 요즈음의 연령추세로 보면 젊은 나이에 직장을 나오는 것이다. 그래도 정년까지 보장 받는 직장인은 행복한 편에 속한다. 그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구조조정이라는 혹독한 철퇴를 맞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처럼 일 자체를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 자신이 직장 생활 동안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

후쿠오카 오호리 공원 벤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노부부

옛날에는 60세에 큰 의미를 두었다. 60세를 환갑이라고 하며 잔치를 벌였다.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합해 60갑자(甲子)가 되므로 자신이 태어난 생일(干支)이 다시 돌아왔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에도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너무나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60세 이 후에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지금 나는 J와 함께 오백년 이상 한자리에 우뚝 서서 인류의 고뇌를 무심히 응시하고 있는 신성한 떡갈나무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나무의 유일한 걱정이라고는 겨울이면 잎을 떨어뜨리고 봄이 오면 다시 새잎을 틔우는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알레프>의 한 대목이다. 어쩌면 수많은 고뇌를 떨쳐버리고 생각을 단순하게 하는 것이 <60세부터의 인생 정리학>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