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군이 용감히 싸웠음에도 불구하고...우리의 전국(戰局)은 우리에게 유리하지 못했다...우리가 만일 전쟁을 계속한다면 전쟁의 끝은 최종적인 와해(瓦解)와 일본 국민의 파멸(破滅)...열강의 공동선언 조건을 수락할 것을 명(命)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히로히토(裕仁, 1901-1989) 일본 천황의 항복문 일부다. 일본 천황은 1945년 8월 15일 정오를 기해 대국민 연설을 했다. 불과 열흘 전인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8월 9일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의해 수 십 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결국, 이 두 개의 폭탄은 일본의 항복을 가져왔다.

이날을 우리는 8ㆍ15광복절이라 한다. 말 그대로 '빛을 되찾은 날'인 것이다.

항복(降伏)과 광복(光復)-

같은 8ㆍ15를 일본은 '패전기념일'로 칭하고 있고, 우리는 '감격스러운 날'로 기념하고 있다. 서로 상반된 입장에서 그날을 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8월 15일에 대해 가톨릭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성모(聖母)의 승천을 기념하는 날'이 바로 8월 15일이다. 이 기념일은 1950년 교황 바오로 12세에 의해서 정식으로 선포됐다.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가슴 속을 파고들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5일 대전에서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아 의미 있는 미사를 올렸다.

교황은 우리가 맞는 8·15의 의미를 인식하고 "대한민국의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을 맞아 고상한 이 나라와 국민을 성모마리아께서 지켜주시기를 기원한다"고 기도했으며, '회개(悔改)와 관심(關心)'을 강조했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의 올바른 정신적 가치를 촉구하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해야 하고,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과 힘없는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교회가 무척 많다. 밤이면 십자가의 불빛이 휘황찬란한 도시의 아름다운 야경(夜景) 형성에 있어서 큰 몫을 차지한다. 별처럼 많은 교회의 십자가들이 밤하늘을 수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십자가 아래에서도 예상과 달리 이기주의와 분열, 물질 만능주의가 있을 수 있다. 교황은 그 점을 염려했다. 그래서 교황은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에 맞서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어디 종교인뿐인가. 이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도 해당된다. 지도층 인사들도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이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지고 아름다워 질 것이다.

'성모마리아가 승천하다'는 의미로 도시의 이름을 정한 나라도 있다. 남미의 심장부로 일컫는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Asuncion)이다.

"Asunción de María(성모가 하늘에 오르다)."

아순시온은 가톨릭의 용어로 '성모마리아의 육체와 영혼이 함께 천국에 올랐다'고 하는 신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파라과이 인구의 90% 이상이 천주교인 것을 보면 의미가 있는 이름이다. 이 나라는 대통령 취임식을 8월 15일에 거행한다. 그만큼 성스러운 날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필자 칼럼, 2013. 7. 8 참조).

이처럼 8·15에는 나라마다 각기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의미 있는 날을 꼽는다면 '광복절'과 '성모승천일' 듯싶다.

빛을 되찾은 광복절과 성모승천일 8·15-

8·15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어둠을 떨쳐버리고 빛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 천국의 성모마리아가 이 나라와 국민을 더욱 따뜻하게 보살펴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