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이촌동 통합개발을 포함한 서울 용산역세권개발사업 조감도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과 국내 복합쇼핑몰 개발로 사세를 확장중인 서부T&D가 파산 이후 대규모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개발 사업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들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땅 주인이자 사업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 최대주주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해당 부지와 드림허브 지분을 전액 인수한 뒤 민간출자사들과 함께 100% 민간개발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코레일과 민간출자사들간 대규모 소송전을 종식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코레일로서는 부채 감축안에 포함된 용산부지 매각안을 일거에 확정짓고 부채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려면 코레일과 출자회사간 소송을 접는 조건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매각가를 재협상해야 하고 코레일 등 공공지분이 빠져나간 이후 새로운 투자자의 참여로 인한 드림허브 지분율의 재조정, 사업게획 재수립 등 적지 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드림허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안을 코레일에게 제시했다. 기존 서부이촌동 재개발을 포함한 통합개발 방식에서 코레일 소유의 철도정비창만 단독개발하는 구조로 변경하고 코레일과 SH공사(4.9%)를 대신할 신규투자자를 유치, 민간개발방식으로 전환한다 것이다. 코레일과 SH공사 등 드림허브의 공공 지분(29.9%) 매입을 추진하는 곳은 서부T&D와 중국 녹지그룹이다.

녹지그룹은 2012년 매출 43조원과 순이익 4조2000억원을 거둔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사다. 녹지그룹은 지난해 미국 뉴욕 브로클린에 50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전세계 6개국 9개 도시의 핵심 부동산을 개발하는 등 미국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중 359위인 부동산시장의 '큰손'으로 평가 받는다. 제주 헬스케어타운에도 9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녹지그룹은 지난해 드림허브 자금난으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렸을 때에도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랜드마크 빌딩과 상업시설 매입을 추진했을 만큼 용산사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과 용산구 용산관광버스터미널을 운영 중인 서부T&D는 최근 보유 부지를 활용한 개발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부T&D는 인천 연수동에 서울 코엑스몰의 1.5배인 '스퀘어원' 쇼핑몰 개발과 용산관광버스터미널 부지의 2000실 호텔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지난해 드림허브가 추진했던 전환사채(CB)를 인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코레일과 민간출자사간 사업 무산의 귀책사유를 가리기 위한 대규모 소송을 시작한 상황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코레일은 드림허브가 갖고 있는 용산철도정비창 부지 61%를 되돌려 달라는 부지반환소송을 23일 제기했고, 드림허브는 코레일이 그동안 받았던 토지대금 중 1조2000억원을 반환해야 소유권을 되돌려 줄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부지반환 소송 뿐 아니라 양측간 사업 무산으로 떠안은 손실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행될 예정이어서 최소 5년 이상의 지루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드림허브는 코레일에게 토지대금 반환소송(1조2175억원)과 용산개발 무산에 따른 손해배상소송 9836억원을 합쳐 2조2011억원 소송을 추진 중이다.

양측이 이처럼 대규모 소송전을 멈추고 방향 전환을 하려면 부지 매각가를 재조정하는게 관건이다. 서부이촌동 통합개발 당시 코레일이 받기로 했던 철도정비창 부지의 가격은 8조원이었다. 이는 통합개발에 따른 용적률 상향과 한강프리미엄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철도정비창 단독 개발시 개발 부지는 한강변 안쪽에 조성되고 용적률 하락에 따른 땅값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진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부지 매각가를 벌써 논하기는 이르지만 감정평가 금액이 3조8000억원이고 통합개발에 비해 부지의 사업성이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4조2000억원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드림허브 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안에 사업정상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뒤 내년 개발구역과 사업시행자 지정, 실시계획인가를 받고 2016년 건축허가를 거치면 2020년 3월 준공될 것으로 예상됐다.

드림허브는 사업 재추진 방안이 확정될 경우 코레일은 부지 매각가 재조정 금액인 4조2000억원에서 토지대금 미반환금 7781억원을 제외한 3조4219억원을 받고 드림허브에 투자했던 자본금 2875억원(자본금 2500억원, 전환사채(CB) 375억원), 랜드마크 빌딩 계약금 4160억원을 돌려 받으면 4조1254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이 450%에서 250%대로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코레일은 최근 공기업 부채감축 계획으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무산 이후 해당 부지를 2017년부터 3년에 걸쳐 총 3조9000억원에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코레일 입장에서도 새로운 사업계획안대로라면 부지를 한번에 팔 수 있어 긍정적이다. 이와 관련 코레일은 현재로선 논할 단계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드림허브로부터 새로운 투자자들이 사업권 인수를 원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 받은 건 사실이지만 이들의 자금력이나 인수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등은 파악된 게 없어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며 "또한 손해배상소송 등을 포기하고 부지 매각을 추진하면 향후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여러 문제점들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