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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落下傘) 인사

2014년 01월 17일 (금) 11:53:06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연초부터 낙하산(落下傘) 인사 문제가 언론을 달구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1/17)는 "지난 해 11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과는 역(逆)으로 '공공기관의 낙하산 파티가 시작됐다'고 일갈(一喝)했다. 이 신문은 "현(玄) 부총리의 발언 이후 두 달 새 새로 임명된 40명의 핵심 임원(기관장·감사) 중 15명(37.5%)이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이었다"고 보도했다.

낙하산 인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에 관계없이 되풀이되는 단골 메뉴인 듯싶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의 전문성에 있다. 그 분야에서 평생을 갈고 닦은 전문가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에 더욱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의 원조는 일본이다. 일본에서도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낙하산 인사를 일본에서는 '아마쿠다리(天下り)'라고 한다. 한자의 뜻풀이로 보면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말이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강림(降臨), 하림(下臨), 일방적 지시 등이다. '기업이나 단체의 고위직에 부임하다'는 뜻도 곁들여져 있다.

이 '아미쿠다리(天下り)'의 뿌리는 일본의 신도(神道)에 있다. '신(神)이 천계(天界)에서 지상에 내려오다'의 의미다.

이처럼 종교적인 순수한 의미가 세월이 흐르면서 변질됐다. 일본에서는 이 말이 비판적 용어로 회자된 지 오래다. 정부기관에서 일하던 고급관료가 출신관청에서 소관하는 외곽단체나 관련 민간 기업, 독립행정법인·국립대학법인·특수법인·공단·공사 등에 취직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크게 6가지로 적시하고 있다.

첫째, 관민의 유착이나 이권의 온상화가 되고 있다.
둘째, 인재의 중개·알선에 있어서 중앙관청의 자의적 사용이 빈번하다.
셋째, 공사·공단의 퇴직·재취업자에 대한 퇴직금의 중복 지불이 시행된다.
넷째, 간부가 되고자 하는 직원들의 동기부여 저하를 유발한다.
다섯째, 낙하산 포스트를 확보하기 위한 세금 낭비가 자행된다.
여섯째, 공익법인의 경우 인가의 목적이 낙하산에 의해서 공익성이 훼손된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 어찌 일본만의 문제인가. 뭔가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할 텐데 인간사가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포스코의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된 권오준(64) 포스코 사장의 경우가 선선한 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외부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권오준 내정자는 28년 포스코 맨이자 연구원 출신이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고, 캐나다와 미국에서도 금속공학으로 석·박사를 했다. 그야 말로 기술자로서의 외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정치권과의 관계는 '소문도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먹고살 건 기술뿐이다"는 그의 말이 백번 옳다. 제조 기술은 한 나라의 기본적인 틀이기 때문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낙하산이 공기업 인사에서 하루빨리 근절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 2014년의 청마(靑馬)가 더욱 힘차게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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