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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산 쪼개서 개발한다…도시재생 방식 재추진"

주민피해 최소화 조치…대규모 소송戰 시작 장기간 손 못댈 가능성 커

2013년 09월 06일 (금) 10:02:15

뉴스1

renews@renews.co.kr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파산될 것으로 보고, 서부이촌동을 중심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는 코레일과 민간출자사들이 중심이 된 기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장기간 난항을 겪으며 최종 파산에 직면한 만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사업의 도시개발구역 지구를 해제한 뒤 코레일 부지를 제외한 서부이촌동의 노후된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로써 2007년 추진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6년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첫 삽도 못뜨고 백지화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하지만 코레일과 출자회사간 사업 무산의 책임을 묻는 수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해당 부지의 개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서울시의 계획이 실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도시개발구역 지정 해제를 오는 12일 고시할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서울시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청산을 진행하던 코레일이 철도정비창 부지 회수를 위해 그동안 받았던 토지대금 2조4167억원 중 잔금 1조197억원을 이날 상환한데 따른 후속조치로 구역지정을 해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용산개발사업의 최대주주이자 땅 주인인 코레일은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가 자금난을 겪으며 올 3월 금융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자 그동안 받았던 토지대금을 반환하는 동시에 드림허브 소유로 돼 있던 토지를 되찾아왔다.

이날 코레일이 마지막 남은 토지대금 1조197억원을 상환할 경우, 드림허브는 사업자 지위를 잃게 된다. 도시개발법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개발지역의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 면적의 3분의 2이상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날 이후로 드림허브의 토지 소유는 전체의 59.6%로 '마지노선'인 66.7%(3분의 2)를 밑돌게 되면서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이끌 드림허브가 법적인 지위를 상실하면 최종 파산이 확정되는 구조다. 서울시도 이런 점을 감안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지구지정 해제를 결정했다.

서울시는 용산사업의 무산으로 서부이촌동 내에서 주거환경이 불량하고 노후된 구역에 대해 지역재생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도시관리계획 가이드라인을 올 연말까지 마련하고 내년에는 지역주민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사업구역 해제로 그간의 주민갈등이 종식되고 화합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하다"며 "앞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재생에 공공의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6년 넘게 사업이 지지부진한 탓에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막혔고, 해당 지역 주택의 슬럼화가 가속화된 만큼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코레일이 토지의 등기이전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서울시가 드림허브의 사업자 지위 상실을 근거로 지구지정 해제를 결정한 건 성급한 판단이란 분석도 나온다. 코레일도 자금 상환과 무관하게 토지의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등기이전을 마치려면 10~15일 가량 걸릴 것으로 파악했다. 따라서 그 전까지는 법적으로 드럼허브의 사업자 지위가 유지된 셈이어서 용산개발사업도 최종 파산이 난 게 아니다.

한 민간출자사 관계자는 "코레일이 등기이전을 완료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더구나 코레일 신임 사장이 선임된 후 용산개발사업의 파산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등기이전을 좀 더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그런데 서울시가 구태여 지구지정을 해제한다고 한 것은 여지를 아예 없애겠다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용산개발사업의 불씨가 되살아나더라도 지구지정 해제 이후 이를 다시 지정하려면 각종 행정절차를 밟아야 해서 사업 재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우려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용산개발사업이 최종 파산되면 그 이후 투자금 손실에 대한 책임 여부를 가리고 위해 각종 소송전이 시작되고 따라서 해당 부지는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손을 못대는 상황"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서울시가 공영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건 당장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가 코레일이 토지 등기이전을 완료할 때까지 기다린 뒤 절차에 따라 지구지정을 해제하면 여러모로 부담을 줄일 수 있음에도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듯이 판단한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 절차상으로만 보면 지구지정 해제 고시는 12일로 예정돼 있고 그 전에 사업자간 협의를 통해 고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은 용산개발사업의 최대주주이자 땅 주인이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2007년 8월 사업자 공모를 시작하면서 진행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성 악화가 이어졌고,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민간출자회사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었다. 이 때문에 자금난을 겪어오던 드림허브는 올 3월 ABCP 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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