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리가 형형색색 아름답게 물들었다. 아파트 단지는 물론, 찻길 가로수들까지 곱게 단장을 했다. 굳이 산을 오르내리지 않더라도 출퇴근길 단풍 구경 재미가 쏠쏠하다.

세월의 빠름도 모자라 계절까지도 줄달음일까? 도심의 가을 정취를 만끽할 틈도 없이 겨울로 들어서고 있다. 서리 · 눈 · 찬바람이 숨 가쁘게 다가와 사람들을 움츠리게 한다. 머지않아 혹독한 한파(寒波)가 몰아칠 것 같은 기세다.

서울의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시기에 신임 주한 일본대사 '벳쇼 고로(別所浩郞)'씨가 부임했다. 양국 관계가 극도로 긴장된 상황이어인지 매스컴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벳쇼 고로(別所浩郞)' 대사는 독도문제 · 위안부 문제 · 과거사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양국의 신뢰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양국의 신뢰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한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잘 전달하겠습니다. 저 자신부터 한국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필자 역시 벳쇼 고로(別所浩郞) 신임 주한 대사의 역할에 기대를 해본다. 한 · 일 관계는 세계 어느 나라와의 관계보다도 중요하고,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귀임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 대사도 중앙일보(10/12)의 기고문에서 '한일 협력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그는 '양국 국민은 국경 없는 친밀감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 인적 교류 발전은 눈부시다. 연간 왕래가 500만 명을 넘었으며, 일본인은 한국의 영화 · 드라마 · 가요에 푹 빠져 있고, 한국인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 소설 등에 많은 관심이 있다. 양국 국민은 거의 국경 없이 친밀감을 나누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양국 국민이 쌍방의 인상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양국 관계는 굉장히 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주한 신임 대사 · 전임 대사 공히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설 <세 번 건넌 해협>의 작가 '하하키기 호세이(帚木 蓬生)'씨도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간교류의 확대를 권하면서, 정치권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저도 부산을 5-6차례 다녀왔습니다. 양국 문제는 정치권이나 일부 권력층의 문제일 뿐 민간 레벨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간 교류를 더욱 확대해서 서로가 이해하는 폭(幅)을 넓혀가야 합니다."
실제로 민간 차원의 교류에 비해 정치권의 교류는 여전히 찬바람이다. 일본은 차치하더라도, 12월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고 불철주야 뛰고 있는 대통령 후보자 중 그 누구도 한일 현안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사람이 없다. '알고도 일부러 피하는 것인지', '일본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하다가 한 · 일 관계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이 되어 정처 없이 굴러다닐 것만 같아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