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결국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우리나라는 또 하나의 후진국 형 권력형 비리 기록을 갖게 됐다."

 매스컴들이 앞을 다투어 보도한 내용이다. 이 전 의원의 구속 기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대통령 후보들의 기사와 함께 대서특필 되고 있다. '대통령 가족이나 측근의 범죄는 나라의 치욕(恥辱)이다'는 기사도 지면에 가득하다.

 "감방, 감방에 대해서 잠시 얘기해 보자. 감방은 길쭉하고 어둡다. 위쪽으로는 구멍이 하나 나있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구멍에 닿을 수 있다."

굳건한 신앙과 사기, 진실과 거짓, 빛과 그림자가 미로같이 얽힌 이야기 '제수알도 부팔리노(Gesualdo Bufalino)'의 소설 <그날 밤의 거짓말>에 나오는 감방의 설명이다. 시대가 변해 소설처럼 열악하지는 않겠으나, 감방이 어둡고 좁은 것은 예나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에서 활개 치던 사람들이 어둡고 좁은 감방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역사는 이렇게 감방의 주변을 맴돌며 흘러가는 듯싶다. 한 편에서는 새로운 5년을 기약하면서 하늘을 향해 팔을 높이 쳐들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땅을 향해 고개를 떨어뜨린다. 5년 후에는 또 어떤 실세가 법의 심판을 받을지 걱정이 앞선다. 더불어,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스러운(?) 현상들이라서 씁쓸하다 못해 서글프기 짝이 없다.

때를 맞춰 권력과 재벌이 한통속이 되어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드라마 <추적자>가 서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다. 드라마는 아등바등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가슴을 조이며 긴장도를 높인다. 극(劇) 중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identification)하여 분노를 폭발하는 시청자도 봇물을 이룬다.

"손현주, 확실하게 복수하라"

"현실을 너무 잘 말해주어서 소름이 나네요."

"아마, 더러운 음모들이 실제 모습일 것이다."

드라마 밖 현실에서는 태연히 서민들을 향해 손짓하는 정치인들의 구호가 넘친다. 열을 올리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를 아는 듯 모르는 듯,  대선 주자들은 한결 같이 서민들의 편에 서있다.

"낡은 정치 세대교체" "민생에 올인" "맘 편한 세상"...

구호대로라면 참으로 좋은 세상이 곧 열릴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드라마처럼 역(逆)으로 흘러간다. <추적자>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귀 기울여 볼만한 대목도 있다.

"국민들이 '동윤이(김상중 분)'에게 속고 있는 게 아니다. 한오그룹 사위가 서민을 위해 정치한다는데 그걸 믿을 리가 있나? 집 가진 놈은 집값 올려준다고, 땅 있는 놈은 땅값 올려준다고, 월급쟁이한텐 봉급 올려준다고 하니 지지하는 거다. 그런데, 집값 올려줘서 지지한다고 하면 부끄러우니까 '개혁의 기수다' '뭐다' 해서 자길 속이는 거다."

어느덧 한 해의 반이 훌쩍 지나갔다. 자연도 정치인 닮아 성미가 급해졌을까? 무더위와 장맛비가 정치판처럼 엎치락 뒤치락-  대지가 목이 말라 쩍쩍 갈라지더니, 갑자기 물 폭탄이다.

대통령 선거가 그리 멀지 않았다. 국민들은 정치인을 안주삼아 울분만 토로하지 말고, 훌륭한 지도자를 뽑는 혜안(慧眼)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만 성숙한 사회가 보다 빠르게 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