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대로 가는 것일까?'

우리가 살면서 가끔씩 떠올려보는 말이다. 즐거운 일이 많을 때보다는 삶이 팍팍하고 어려울 때 자주 떠올리게 된다. 아무튼, 모든 사람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 각기 다른 형태로 삶을 영위하면서 자신에게 처해진 운명은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4·11 총선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극과 극으로 달라지는 정치인들이 많을 듯싶다.

"만일 운명이 존재한다면 자유란 불가능하다. 만일 자유가 존재한다면 운명은 없다. 이 말은 나 자신이 곧 운명이라는 뜻이다."

1944년 15세 소년으로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이듬해 석방됐던 '임레 케르테스(Imre Kertesz)'의 체험 소설 <운명>에 쓰여 있는 한 대목이다. 여기엔 '운명이란 자기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길을 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 몫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무력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그런데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터무니없는 사기를 치고 있다네."

'파올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연금술사>에서 노인이 양치기에게 말하는 운명의 허구성이다. 노인은 무언가를 마음으로 원하면 반드시 실현되는 것이고, 이것은 위대한 진실이라고 강변(强辯)한다.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란다.

"생년월일로 당신의 운세를 알아맞힐 수가 있습니다."

지난 주 <성격과 운세>라는 책의 저자 '아마미 케이(天海啓 · 60)'씨를 일본에서 만났다. '아마미(天海)'씨는 일본에서 유명한 점술가(?)다. 신문이나 잡지에 <오늘의 운세>를 쓰기도 하고, 라디오나 TV에 나가 직접 전화로 상담을 하기도 한다.

"라디오 방송 중 FAX로 시청자의 생년월일을 받는데, 전기가 끊어져 방송에 차질을 빚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식은땀이 났죠."

젊은 시절 우연한 기회에 '점(占)의 세계'에 빠져든 그녀다. '아마미(天海)'씨는 애써 "점(占)은 결코 미신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은 모두 '정해진 대로 자신의 운세를 타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생년월일의 운세는 식물로 치면 종자(種子)에 해당 됩니다. 다시 말하면 생년월일은 종자의 DNA인 셈이지요. 물론 그 종자는 토양과 기후 즉, 환경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와 미래의 상황을 알아맞힐 수 있다고 했다. 아주 정확히......

"점쟁이라고 하면 다소 섭섭합니다. 라이프 내비게이터(Life Navigator)라고 불렀으면 합니다. 사람의 미래 인생에 대한 상담도 하니깐 요."

아마미(天海)씨는 운명은 숫자에 의해서 드리워진 힘의 지배를 받는다고 했다. '고대로부터 인간의 운명은 숫자로 풀이됐고, 그 흐름이 현대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카발라(qabbālāh)의 수(數) 기술입니다. 카발라는 중세부터 근세에 걸쳐 널리 전파된 유대교의 신비사상을 기록한 책입니다. 절대 미신이 아닙니다."

4월이 되어도 봄바람이 여전히 차갑다. 계절 못지않게 '춥다, 어렵다'는 소리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나라의 운세는 어떤 숫자로 풀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