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강추위 속에 두 번의 설을 맞았다. 모처럼 만난 가족들과의 대화 주제도 설 이후 경제, 설 이후 부동산 경기 등 '흑룡의 해'에 대한 '부(富)의 기대치'가 용처럼 꿈틀거렸다.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예년 같으면 온통 정치문제로 갑론을박 했을 터. 하지만, 대화 이슈는 대체로 경제 문제로 쏠렸다.
  국내의 한 신문이 "올 국내외 경제 위험요인" 설문에서 선거 리스크 56%, 유럽 재정위기 71%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가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아무튼, 여느 해와 달리 서둘러서 다가온 구정은 우리를 명절 분위기에서 빼내어 일상으로 돌아오게 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몰라도 필자는 마음이 급한 까닭에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다행스러웠다.
  구정 연휴를 마치자마자 다보스 포럼(스위스)이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로 42번째를 맞은 다보스포럼에는 각국 정상 40여 명을 비롯한 정계 · 재계 · 학계 지도자 등 수천 명의 글로벌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다보스 포럼에서 논의되는 핵심 주제는 '미래설계' 보다는 '위기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위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현대인은 '위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기는 악마처럼 인간을 괴롭히기도 하고, 유행병처럼 널리 번지기도 한다. 21세기는 이러한 위기에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다.
세계은행은 24일 "유럽 경제가 회복되는 시기는 2030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유럽의 위기 상황이 계속된다'는 분석이다. 그것도 완전 회복이 아닌 재정 위기 전의 60% 수준을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등장한 용어가 다름 아닌 디스토피아(Dystopia)이다.
  인간은 본디 이상향인 유토피아(Utopia)를 꿈꾸며 살아간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인데도 사람들은 그곳을 동경한다. '유토피아'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아니다'(ou)와 '장소'(topos)를 합성해 만든 것으로, '어디에도 없는(nowhere)' 것이다.
 이와 반대로 '역(逆)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는 '현대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위험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때로는 적합한 방법으로 통한다. 실업률 증가로 인한 젊은 층의 저항, 소득 감소에 의한 장년층의 분노, 복지 혜택 감소로 인한 은퇴 세대의 반발 등 불만스러운 시대가 도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서 일까. 우리 사회도 요즈음 디스토피아(Dystopia)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세상사(世上事) 모두 돈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소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의 재정적인 고민은 돈을 더 많이 번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수입의 증가가 소비의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은 고민의 증가로 귀착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의 <자기 관리론>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글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민하는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돈의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란다.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고 해도 모든 것이 한쪽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곤란하다. '미래를 진지하게 논하려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공히 쌍방의 시점에서 언급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그래도, '흑용의 해'에 기대를 걸어본다. 우리 사회에서 디스토피아(Dystopia)가 확산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