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FM 방송에 맞춰 로시니(Rossini)의 <도둑까치> 서곡을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다. 그것은 스파게티를 삶는데 있어서 안성맞춤인 음악이었다."

소설 제목은 <태엽 감는 새>. 작가는 그 유명한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다.' 소설은 이렇게 수준 높은 음악이야기로 시작된다. '하루키(春樹)'다운 탁월한 발상이다.

"전화벨이 울렸을 때 스파게티가 삶아지기 직전이었고,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는 지금 막 '런던 교향악단'을 음악적 절정으로 이끌어가고 있었다...."

<태엽 감는 새>의 이름은 '끼이이익' 하는 규칙적인 새의 울음소리가 마치 시계태엽을 감는 듯 한 소리라고 해서 주인공(오카다)이 붙인 이름이다. 소설 <태엽 감는 새>는 '해체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 존재의 가치와 사랑, 성(性)의 궁극적 의미를 모색한 하루키(春樹)의 대표작'으로 손꼽이고 있다. 필자도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주인공은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대신 그의 아내(구미코)가 직장을 다닌다.
스토리는 가난한 집 아들과 전통 있는 가문의 딸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둘이서 결혼해 살고 있는, 우리가 늘 들어온 평범한 부부 이야기다. 이 부부는 결혼 초부터 혹독한 시련을 겪는다. 얼마나 결혼의 반대가 심했을까? 부모의 결혼 반대 상황이 다음과 같이 실감나게 묘사된다.

"그녀 부모의 반응은 무척이나 냉담했다. 마치 온 세상의 냉장고 문이 한꺼번에 열린 것 같았다."

"결혼 후에도 나는 이방인이었으며,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었다....그 집에 있는 동안 나는 무의미한 고행과 잔인한 고문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행위였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나에게는, 그들이 신주쿠(新宿) 역 정도의 길이가 되는 식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얼마나 사위가 싫었으면 이러한 대우를 했을지, 직접 보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 주인공(오카다)은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내다보면서 커피 향에 취하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그것을 보는 아내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성 싶다. 남편이 돈을 못 벌어서 일까. 그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가출을 한다. 고양이도 집을 나가고, 아내마저 집을 나간 것이다. 외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진다.

 이 소설 속에는 현대인의 삶이 그대로 농축돼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도 집에서 '태엽 감는 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집안에서 살림을 하는 명퇴 남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하는 남편들이 때로는 좋아 보이나, 그러한 시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아내 쪽에서 짜증이 난다. 이 또한 서로가 '무의미한 고행과 잔인한 고문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행위'일 것이다. 최근 들어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식(三食)이' 시리즈도 이를 풍자하고 있다.

 60년 만에 다가온 '흑용의 해'라고 하나 새 해 벽두부터 나라가 혼란스럽다. 돈 봉투, 쑥대밭, 소환조사... 연일 계속되는 용어에 현기증이 난다.

 오페라 <도둑까치, La gazza ladra>처럼 하녀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 처형하지 말고, 실제로 은그릇을 훔친 '도둑까치'를 잡아야 한다. 거짓과 진실을 잘 가리라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