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신문 발행인 장상인

 인어(mermaid)는 '상반신이 사람(주로 여자)의 몸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의 몸처럼 생겼다'고 하는 전설적인 동물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그 존재를 믿으려한다. 그러한 인어가 그 실체(?)를 드러냈다. 트리폴리에서 위용을 과시한 '인어의 새벽(mermaid dawn)'이다. '인어의 새벽'은 리비아 트리폴리(tripoli) 공격을 위한 반군의 작전명이다.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는 지중에 연안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파란 바다에 인접한 도시가 고전적 하얀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반군은 작전의 이름을 '인어의 새벽'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트리폴리는 지중해 동안(東岸)을 일컫는 고대 지명인 페니키아(Phoenicia)인이 만든 항구도시를 기원으로 한다. 이곳에 사부라타(Sabratha), 오에아(Oea), 렙티스 마그나(Leptis Magna) 등 세 개의 큰 도시가 있었기 때문에 '세 도시'라는 의미에서 트리폴리스로 불렸다.

 아무튼, 리비아 반군은 '인어의 새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무하마르 카다피'의 은신처인 '바브 알아지지아(Bab al-Aziziyah: 찬란한 문)'의 요새(要塞)를 뚫고 42년을 이어온 철옹성을 허물었다. 참으로 긴 세월을 끌어온 독점적 권력이 종말을 고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리비아가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42년 동안 억눌렸던 국민들의 함성이 세계를 향해 울려 퍼진 가운데 세계인의 시선도 트리폴리에 쏠리고 있다. 리비아가 하루 빨리 정상을 되찾아 국민들이 불안과 굶주림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행보를 해야 하는 것일까? 먼저 국가적인 차원에서 새로 들어서는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여러 가지의 이해관계에 얽혀서 카다피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동아건설이 시공한 대수로 공사다. 리비아는 ‘70년 대 후반부터 현대, 대우 등 한국건설업체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온 주요 건설시장이다. 전문가들은 리비아의 전후 복구 사업이 1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수도권의 신도시 3-4개 건설에 버금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코트라(KOTRA)는 23일 "우리나라 기업들이 과거 리비아에서 발주되는 프로젝트의 약 33%를 수주해 왔음을 감안하면, 앞으로 4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우리 건설사가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 우리 건설사들은 리비아의 제2의 도시이자 반군의 거점이었던 벵가지 건설사업 공략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반군의 거점이었던 벵가지는 카다피 정권 수립 이전인 이드리스 왕정 당시의 수도였다. 이러한 연유로 벵가지는 항상 야당도시로 분류됐고. 지난 40여 년 간 리비아의 정책적 개발계획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리비아는 이제 새로운 새벽(dawn)을 열었다. 우리는 '과거의 실적과 경험만으로 수주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미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리비아 복구 사업을 놓고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리비아 과도정부를 지원한 영국 · 프랑스 ·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우선권을 주장할 것이다. 우리와 경쟁관계인 중국 · 터키도 리비아 복구공사를 선점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야 할 것이다. 리비아뿐만 아니라, 이집트· 튀니지 등 주변국의 복구사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리비아 등 중동의 변화는 그동안 수주물량 확보에 목말랐던 우리 건설사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장기 침체에 빠진 국내 건설업계에 단비를 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 해외건설협회 · 건설업체들이 호흡을 잘 맞춰서 우리 업체끼리 부분별한 수주 전을 벌이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인어의 새벽'이 열리기 전(前)보다 열린 후(後)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