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간 오고가는 대화를 엿듣다 보면 어떤 아파트에 사느냐가 생활 수준의 척도로 여겨질 정도다. A아파트에 사는 부모가 자녀에게 B아파트에 사는 친구와는 어울리지 말라고 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오간다.

아파트의 브랜드화가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브랜드가 곧 생활 수준의 가늠자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아파트 브랜드를 ‘최고급’ 이미지화하고 있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경쟁력 확보
건설사들은 소비자들의 높아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차별화 전략을 개발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고품격 디자인으로 외관과 주변 환경, 내부 시설 등에서 좀더 세련되고 편리한 아파트를 선보이겠다는게 공통점이다. 외관 디자인부터 차별화되고, 고급스러우면서 남다른 아파트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아이덴티티까지 바꿔놓기 때문에 더 좋은 아파트를 설계하지 않으면 브랜드 경쟁에서 낙오될 판이다.

예전에는 건설사들의 아파트 사업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브랜드 경쟁이 시작된 후 고급 마감재, 고급 인테리어 등을 적극적으로 채택, 소비자들의 선택과 수준도 덩달아 높아졌다.

요즘에는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다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이러한 고급화가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더 좋은 아파트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않아 보인다.

이에따라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에도 맞추고, 소비자들의 높아진 입맛도 맞출 수 있는 아파트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더 좋은 아파트를 제공해야한다는 건설사의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최고급, 친환경 이미지 대세
건설사 관계자들은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주택 사업의 고급화 전략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올해 분양 규모나 아파트 사업의 규모가 크지 않다”고 밝혔지만, “아파트의 이미지와 품질에 대해서는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삼성물산 ‘래미안’, GS건설 ‘자이’, 대우건설 ‘푸르지오’, 롯데건설 ‘롯데캐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등 리딩 브랜드들은 이제까지 쌓아놓은 ‘최고급 아파트’, ‘친환경 아파트’ 이미지를 갑자기 포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화건설의 경우는 ‘꿈에그린’에 이어 ‘친환경 고품격 자연주의’를 표방한 ‘갤러리아포레’를 선보인 상황이다. 한신공영도 자연환경과 최첨단 시설을 바탕으로 고급아파트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의미로 ‘休 플러스’ 브랜드를 내놓았다.

주택산업연구원 ‘주택 브랜드전략 수립방안’을 보면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시공사 브랜드에 따라 아파트값이 크게 좌우됨을 알 수 있다. 선호 브랜드라면 어느 정도 ‘브랜드 프리미엄’을 추가로 부담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도 많다.

이 자료에 따르면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품질을 신뢰(61.1%)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가장 많다. 

본지의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평균 12% 정도 인정하고 있다. 검증된 톱브랜드는 신뢰성이 높아 아파트 투자가치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건설사들로선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롯데건설 고진순 대리는 “10년전부터 롯데캐슬은 최고급 아파트만을 고집해왔다. 향후에도 이러한 최고급 아파트 전략은 지속될 것”이라며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미래 아파트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경옥 기자 kolee@renews.co.kr

* 아파트 고르는 요령 
<>투자 수익보다 거주 만족도를
최근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무리한 대출을 이용한 투자는 금물이다. 이자 부담을 생각하면 수익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
부동산 114의 김규정 팀장은 실수요 목적으로 접근하되 개발 호재 등으로 향후 지역 가치가 상승할 지역의 저평가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기본이라고 조언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아파트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서 기대수익을 낮추고 자신의 조건과 목적에 맞는 주택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시장을 살펴보며 대기하다가 급매물이 나오면 거래하는 것이 좋다.
투자 수익보다는 거주 만족도, 향후 지역 전반 가치의 상승에 중점을 두어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역세권 대단지, 아파트촌, 교육과 편의시설이 가깝고 다양한지 염두해야 한다.

<>체크 포인트
① 개발 방식 : 향후 지역가치를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단위 개발 호재나 신도시개발, 택지개발처럼 규모가 큰 쪽이 사회기반시설이 계획적으로 배치된다.
② 교통 환경 :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 연계성 여부(도보권역 유리), 서울 도심까지 차량이용시 도로 망 및 진출입램프 접근성이 좋은지 따져본다.
③ 교육 환경 : 대형아파트일 경우 교육 환경이 잘 갖춰진 편이지만, 소형아파트일 경우 그렇지 못한 편도 많다. 소형아파트 단지일수록 초등학교, 유치원 등이 가까운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초등학교는 단지 내에 있는 것이 아이들이 등학교할 때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중형 아파트 이상에서는 중고등학교 자녀들을 둔 가구가 많은 만큼 학군과 학원이 가깝게 위치해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④ 편의시설 : 대형할인점, 백화점, 병원, 문화시설 등 편의시설을 체크한다. 그러나 편의시설이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할 경우 교통난 등 단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반경 2~3㎞ 부근이 좋다.
⑤ 환경요소 : 대형 아파트일수록 조망권 등 자연환경 요소의 가치가 중요하게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