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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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가강의 기적' 꿈꾸며 부동산 개발열기 '후끈'

세계 5대 경제대국 야심찬 계획.."모스크바 개발붐 서울 못지 않다"

2007년 11월 26일 (월) 00:00:00

문윤홍

모스크바강(江)이 인접한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선 쌍둥이 빌딩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일명 ‘모스크바시티 프로젝트’로, 최대 60층 높이 쌍둥이 건물을 세워 모스크바 스카이라인을 바꾼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공정률 80%를 보이고 있는 이 건물은 외형도 멋지지만 첨단 보안설비를 갖추고 편의시설을 들인 덕에 착공 전에 모든 사무실 임대가 끝났다.

항간에선 미국 뉴욕에서 2001년 9·11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WTC)센터 쌍둥이 빌딩을 흉내 낸 것이란 소문도 있다. 오일달러로 자신에 찬 러시아가 뉴욕 쌍둥이건물을 모스크바에 새로 올림으로써 결연한 의지를 상징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 '볼가강의 기적' 러시아, 세계 5대 경제대국 꿈꾼다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던 러시아 경제가 ‘볼가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있다. 러시아는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장기 투자 등을 통해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의 경제 부흥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1990년대에 공산주의체제에서 자본주의체제로 바뀌면서 겪은 급격한 변화 때문에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렸지만 이제 적응기간이 끝났다는 것이다.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999년보다 6배가량 증가한 수치로, 물가를 반영한 실질GDP 기준으로도 소련 붕괴 전인 90년대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거의 국가 파산상태였던 러시아는 현재 외환보유액이 45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제규모 세계 9위인 러시아는 2020년까지 세계 5대 경제대국에 진입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경제 전문가들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지난 9월 러시아 정부는 산업·교통 기반시설 재건에 10년 동안 1조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최대 규모의 재건계획이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2020년까지 전기시설 구축에 480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처럼 대규모 기반시설 구축에 나선 것은 오일머니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바꿔 성장 엔진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스업체 가스프롬, 석유업체 로스네프트, 송유관업체 트랜스네프트 등 국영기업들이 함께 사업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은 푸틴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경제의 안정성을 높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내년 퇴임 후 총리로서 의회를 이끌며 권력공백을 막은 뒤 2012년에 다시 대통령으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금융그룹인 우랄십의 수석 전략가 크리스 웨퍼는 “러시아의 계획은 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기회이지만 정치적 문제도 잠재해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석유 등 막대한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쉽게 돈을 벌어들이던 시절은 끝났기 때문에 정부는 새로운 사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 부(富)편중
사회주의 혁명 발발 90년이 지나 러시아의 현재와 부(富)를 보여주는 것은 모스크바시티 프로젝트처럼 급변하고 있는 최첨단 건물들이다, 또 모스크바 외곽 순환도로를 타고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 쪽으로 가다보면 눈에 띄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흰색 외벽이 마치 그리스신전 모습과 같은 ‘크로쿠스 시티몰’이다. 건물 외관에서부터 부티가 난다.
여기에서 매년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이름하여 ‘백만장자 박람회(Millionaire Fair)'. 보통 거래되는 물건 값이 최소 100만 달러를 넘는다. 요트나 항공기, 고급 스포츠카 뿐만아니라 섬 전체를 매매하기 위해 해외부동산 큰 손들도 박람회에 자주 들른다. 루이비통, 불가리는 물론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명품이 러시아 부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크로쿠스 시티몰 관리인은 “여기에서 판매되거나 백만장자 박람회에 출시된 물건들은 전 세계 최고가(最高價)라고 보면 된다”며 “러시아 경제가 호황이다 보니 외국 유명 업체들이 러시아 부호들을 가장 좋은 고객으로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스크바시 GDP는 러시아 전체 GDP에서 21%를 차지하고 있다.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사람) 1인당 월평균 소득은 3만486루불(약 1120달러)로 러시아 전체 평균인 8000루불 보다 4배나 많다.
모스크바에서 멀어질수록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 업체들은 모스크바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모스크바에 부가 편중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 부동산 광풍(狂風)이다. 모스크바 아파트 가격은 ㎡당 미화3000～4000달러에 달한다. 러시아 ‘인콤부동산’ 수석컨설턴트 율라 루리예는 “과거에는 아파트를 매입하는 외국인들은 모스크바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이제는 업무와 무관하게 투기에 나서는 외국인이 많다”며 “이들은 러시아 친구들에게 조언을 받아 부동산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러시아의 부동산개발 열기
부동산 개발 열기는 모스크바가 서울 못지않다. 그러다보니 별일이 다 벌어진다. 개발에 따른 돈 싸움이다. 모스크바 크렘린 인근의 오스토젠카 지역. 도심이라지만 오래된 아파트들로 겨울이면 우중충하기 그지없다. 모스크바시가 개발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입주민은 어떨까? 데니스는 5월까지 오스토젠카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시 당국이 이 지역을 고급 주거단지로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데니스와 이웃 주민에게 시(市) 외곽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오일달러가 넘치고 신흥 부유층이 크게 늘고 있는 러시아에선 고급주택 수요가 폭증, 오스토젠카에도 개발 붐이 불어 닥친 것이다.
이에 데니스는 이웃 주민들을 이끌고 '공산당 선언' 공동저자인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동상 앞에 모여 강제이주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는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민들과 함께 당국과 개발업자를 상대로 수개월 동안 투쟁을 벌였다. 결국 80만 달러(약 7억4000만원)의 보상금을 받기로 했다. 돈을 뜯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오스토젠카에는 ㎡당 3만3000달러(평당 약 9200만원)짜리 최고급 주택도 건설된다. 신흥재벌들이 아니면 도저히 살 수 없는 가격이다. 크렘린 부근이니 전망도 좋고, 개발 이익도 엄청날 전망이다.
부동산 개발업자 보리스 쿠지네츠는 "미화 100만～200만 달러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올리가르히들은 일반 아파트 대신 이렇게 특별한 주거지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소련 공산정권이 무너진 지 15년이 지난 요즘 모스크바 시내 한가운데서 재개발과 고급주택 단지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과 건설업자 간의 '계급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평범한 아파트촌이던 오스토젠카의 주민들은 넘쳐나는 오일달러로 부동산 붐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돈 싸움이다.
◆러시아의 투자환경
러시아경제가 지표상으론 호황이지만 견실하다고 보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들이 있다. 제조업을 키우기 보다는 천연자원을 팔아서 경제성장을 했다는 점, 열악한 투자 환경이다.
2006년 5월 코트라(KOTRA)모스크바 무역관 주관으로 러시아 ‘특별경제지역(SEZ)'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러시아 정부는 강점을 지닌 분야를 생산과 연결하기 위해 6곳에 SEZ를 설치하고 외국인 투자유치를 장려해 왔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러시아 주무부처 관계자들은 한국 기업인 등이 궁금해 하는 내용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주지 않았다.
러시아 인사들이 늘 외치는 게 있다. 외국기업들이 물건만 팔아먹지 말고 공장건설 등 투자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러시아에서 사업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공장 하나 짓는데 수천 쪽에 달하는 인허가 서류가 필요하고, 공무원 부패와 관료주의로 인해 뇌물이라도 건네지 않으면 제때에 완공하기도 힘들다.

◆ LG화학, 오리온 등…국내기업 러시아 틈새시장 잇단 진출
옛 소련 시절 지은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붐이 일고, 여기에 값비싼 신규 주택 붐이 일면서 특수를 누리는 분야가 건자재 산업이다. LG화학은 2005년부터 러시아 내 아파트 개ㆍ보수 공사를 하는 곳을 위주로 PVC창호(일명 새시)를 공급해 왔다. 새시 공급에 나선 지 1년 만에 매출은 전년(500만달러)보다 4배가 늘었고, 2007년은 50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 모스크바 지사 측은 "아파트 창틀 수요가 매년 30~40% 성장하고 있어 제때 물건을 공급해 주는 것이 힘들 정도"라고 밝혔다.
오리온도 초코파이를 들고 러시아에 들어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매달 러시아 전역에 초코파이 30만 박스(한 박스 96개)를 판매하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30%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초코파이 외에도 스낵과 비스킷, 제빵 류로 판매 품목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코야)도 러시아에 처음으로 용기면을 들여와 지금까지 40~50%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봉지면 일색이던 러시아에 바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용기면 판매에 나서 `도시락`이라는 말은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다. 코야는 2005년 9월 모스크바 근교 라멘스코예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6개 종류 도시락을 연간 2억4000만개씩 생산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러시아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용권 중진공 모스크바 사무소장은 "러시아 내 중소기업 비중이 12%에 불과하다는 것은 한국 업체들이 틈새를 채울 여지가 많다는 방증"이라며 "높은 물가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진입장벽이 높지만 일단 들어오면 경쟁 업체가 적고 현금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