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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유입으로 프랑스 부동산시장 활기

파리ㆍ칸ㆍ니스 인근 해외부자들 투자 잇따라

2007년 10월 16일 (화)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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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문제가 유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 비해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낮았고 근래 들어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안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프랑스 부동산업계도 한국 부자들에게 활발하게 손짓을 하고 있다.
세계 최고(最古)의 명성을 지닌 로스차일드은행은 최근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기관과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들을 대상으로 ‘프랑스 부동산 투자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전 세계 부자들을 대상으로 인맥으로만 비밀리에 거래되는 프랑스 최고급 부동산 특성상 이례적인 일이다.
이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던 부동산 갑부 K씨(47)는 파리 에펠탑이 보이는 고딕양식 아파트를 사볼까, 아니면 지중해에 접한 칸 리조트를 살까하고 요즘 프랑스 부동산에 주목하고 있다. 각종 규제로 국내 부동산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해외 부동산 진출을 노리던 중 프랑스 파리와 칸 지역 물건을 소개받은 것이다. K씨는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낮은 편"이라며 "최근 중동 오일머니가 대거 유입되고 있는 데다 경제성장률도 상승하는 추세여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K씨 같은 거액 자산가들은 다양한 정보원을 동원해 프랑스처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 회복세로 부동산 가격도 오름세= 과거 프랑스는 각종 기업 규제가 너무 많아 선진국 가운데 `기업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로 손꼽혔다. 하지만 최근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프랑스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데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친기업적인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5년 1%대에 머물렀던 프랑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 선에 올라섰고 내년에는 2.4% 수준으로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고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 조짐을 감지하고 가장 먼저 발 빠르게 나선 곳은 국제 금융자본들이다. 경제 회복과 기업 여건 개선에 따라 다국적기업들을 중심으로 프랑스 업무용 부동산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오피스빌딩 등을 먼저 사들인 것이다. 이로 인해 파리 주요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런던에 비해 반값 수준인 사무실 임대료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프랑스 부동산중개업체인 이지컴 서미경 사장은 "사르코지 정부는 부동산 세제혜택도 강화하고 있다"며 "일반 서민들에게 주택자금 대출 이자비용을 소득세에서 빼줘 매수자 부담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부동산에 외국 투자자 몰려= 프랑스 주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현지 업계 통계에 따르면 연간 외국인 투자자 구매 건수는 2000년 총 3만5000건에서 2004년 5만3000건으로 4년 새 51%나 증가했다.
영국이나 아일랜드 은퇴 이민자와 북유럽 투자자들이 기후 여건이 좋은 프랑스 지중해 연안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프랑스는 특히 북미·중동·중국 · 러시아 부자들이 가장 동경하는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 부동산ㆍ금융컨설팅 업체인 갈릴레오 파트리몽 측은 "파리는 유럽 중심도시로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을 겨냥한 렌트시장도 전망이 좋다. 앞으로도 4~5년간은 고급 부동산시장이 호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반 부동산은 유럽 전체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에 출렁이고 있어 당분간 상대적으로 저조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파트리몽 측은 분석했다.
세계 부동산가치 평가회사인 글로벌프로퍼티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1분기 13.64%나 급등했던 프랑스 평균 주택가격은 올 1분기 8.71%로 오름 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투자지역= 매년 340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는 칸은 비수기가 없는 최고급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지중해에 접한 대표적인 요트 정착지이며 세계적인 부자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프랑스 고급ㆍ호화도시의 상징이다.
주로 별장 용도로 매물을 찾는 수요가 많고 초호화 부동산은 외국인 투자자 점유율이 70% 수준에 달한다. 프랑스 수도 파리는 오피스빌딩 시장과 함께 호화 주택, 재개발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고딕양식 건물이 많은 파리 시내 호화 아파트 시세는 연간 7~10%가량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파리 근교 일부 재개발지역은 국내처럼 높은 시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니스, 모나코 등과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소피아앙티폴리스 등이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처로 손꼽힌다.
한편 국외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양도세 등 세금 문제도 꼼꼼히 챙겨 볼 필요가 있다.
외국에 있는 부동산이라 할지라도 시세 차익에 대한 양도세는 국내 세법에 따라 납부해야 한다. 다만 현지에 납부한 세액이 있다면 이를 공제해 주는 방식이 적용된다.
프랑스는 5년 내 매도 시 양도세율 16%를 적용하고 이후 장기간 보유할수록 세금 부담을 줄여준다.
◆매물 고르는 법= 프랑스는 여러 면에서 한국과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다. 국내는 고층에 대단지일수록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은 반대 성향을 갖고 있다. 주거환경이 쾌적한 소규모 저층 고급단지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편리한 주거환경을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기 때문에 주변에 공원이나 대형 병원, 상업시설들이 함께 들어서 있어 살기 편한 곳을 좋아한다. 단지 내부적인 면을 살펴보면 최상층이 가장 비싸고 발코니나 테라스가 있으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 준다.
부동산 투자 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입지조건은 기본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 인근지역 부동산 가치가 더 높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프랑스 사람들은 중세풍(中世風) 오래된 건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프랑스에선 파리 시내 로코코 양식이나 고딕양식 건물 내 아파트가 새로 짓는 일반 아파트보다 비싼 경우가 흔하다. 건물 외관은 고품격 중세 양식을 간직하고 있으나 내부는 지속적인 수리를 통해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어 멋과 실용성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물론 새 아파트가 갖는 장점도 있다. 공증변호사 비용이 3%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게다가 날로 엄격해지는 건축 규정에 따라 안전 시공 및 내부 구조, 방음처리 등이 잘 돼 있다. 다만 소형 건설사의 경우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투자처 물색 시 건설사가 믿을만한 곳인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 기관투자가들은 파리 상업중심가의 오피스빌딩을 가장 선호한다.
지난해 기관투자가들의 프랑스 부동산에 대한 총투자 규모는 약250억 유로에 달했으며, 건당 투자액도 1억 유로를 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실버타운, 클리닉, 호텔, 스포츠 센터 등이 점점 각광을 받고 있는 추세이다.
◆저소득층에 저임대료 공공주택 공급= 프랑스 부동산 정책 중에서 가장 핵심은 HLM으로 알려진 저소득층 대상의 저임대료 공공주택이다. 프랑스는 1,2차 세계대전으로 주택이 파괴되고 건설도 부족한데다 지방인구의 대도시 유입, 베이비 붐에 따른 인구급증, 외국인 근로자 유입에 대처해 이전부터 있던 유사 제도를 강화한 HLM 제도를 1950년 창설했다.
공사나 협동조합, 주식회사가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집을 지어 공급하는 HLM의 활성화는 프랑스 주택공급 정책의 근간으로 자리 잡아 왔다. 현재 약 400만 호의 HLM에 1천5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HLM은 프랑스 내 임대 주택의 40~50%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HLM에 거주한다. 국가는 매년 수억 유로를 임차인과 주택건설 업체에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한다.
지난 6월 시 의회에서 통과된 도시계획(PLU)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극명하게 드러나는 동서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구역설정 노력이다. 교외 지역을 포함한 파리의 북동쪽에는 빈곤층이 몰려 사는 슬럼가가 곳곳에 형성돼 있고, 남서쪽에는 대체로 중산층 이상이 많이 살고 있어 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가을 전국을 휩쓴 아프리카와 아랍계 이민 2,3세대 청소년의 차량 방화 사태의 진원지도 북동쪽 교외 클리시-수-부아의 슬럼가였다. PLU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인 서쪽에 저가(低價)주택을 많이 지어 공급하고, 인구 밀집지역인 동쪽에는 사무실과 업체들이 많이 입주하도록 적극 장려할 계획이다. 또 일정 지역을 개발할 때 개발 프로젝트 중 25%는 사회 편의시설들로 채우도록 의무화했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은 프랑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프랑스 전역의 아파트가격이 100%, 단독 주택 가격이 70% 이상 올랐다. 특히 파리와 주변 지역에서 가격앙등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론 1년 간 대도시 주택가격이 14.3% 상승했는데 아파트는 14.8%, 단독주택은 13.9%가 각각 올랐다. 따라서 2000년 이래 주택 임대료도 연간 2.5% 안팎 수준으로 꾸준히 상승, 무주택 주민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주택수당 지급과 내집마련 지원을 위한 장기 저리(低利)융자 제도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부유세와 양도 소득세, 재산세 등으로 투기와 불로소득 억제 노력을 펴고 있다. 부유세는 전체 재산이 73만2천 유로를 초과하는 사람에게 0.55~1.8%의 누진율에 따라 세금을 매기고, 양도차익에 대해선 16%의 소득세와 11%의 사회보장세를 부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