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지역이 미국을 제치고 해외부동산 투자 최고 선호지역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미국이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지역이었으나 최근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동남아 지역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동남아 국가들은 한국과 달리 투자규제가 까다롭지 않은 데다, 부동산 가격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어 한국인의 투자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11월 외국인 투자자의 부동산 소유 상한선을 철폐한데 이어 지난 4월엔 양도세를 폐지했다. 싱가포르 역시 지난 2005년 양도세를 폐지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에게도 집값의 70%까지 연 3%대 이자로 빌려준다. 특히 두 나라는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법인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것이 매력이다.  
  ◆ 서브프라임 사태로 북미지역은 하락세
 국내 거주자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고 투자금액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시아 부동산에 대한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2월26일 투자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 한도를 개인당 1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로 확대하면서 내국인의 해외부동산 구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7월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상반기 중 거주자의 외국부동산 취득현황'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해외부동산 취득신고 금액은 1992건, 총6억 달러에 달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통적 인기지역인 북미지역의 해외부동산 취득은 감소한 반면, 동남아지역이 늘면서 눈길을 끌었다.
 북미시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조정양상을 보이는 반면, 경제 성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고 투자금액도 저렴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7월중 해외부동산 취득실적과 동향'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가 57건으로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 36건, 필리핀 17건, 중국 12건 등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IMF(국제구제금융)를 졸업한 필리핀은 최근 최고의 경제성장을 구사하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올 상반기 해외부동산 투자액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서 총 1992건, 6억 달러 규모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전체의 45%를 차지해 1위에 올랐고 캐나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투자 유망지가 전통적 관심지역인 북미에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이머징 마켓’으로 점차 이동하는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외부동산 전문기업 루티즈코리아 유형조 차장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은 아직까지도 1997년 외환위기 이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의 상대적 저평가가 투자 메리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에선 131~165㎡짜리 아파트가 2억원을 호가하는데 담보대출 한도가 80%에 달해 실제로는 5000만원 정도만 있어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담보대출 높아 소액으로도 투자 가능
 해외부동산 투자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대다수 국가에서 담보대출 한도가 높아 실제 투자하는 돈의 규모가 적어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액이 국내보다 낮다는 점도 해외부동산 투자의 유인(誘引) 요소다.
 반면 뜻밖의 낭패를 볼 소지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콘도(국내의 주상복합에 해당)에 4억원 정도를 투자했다가 집값이 치솟은 덕분에 1년 만에 2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어 대박을 맞은 사례도 있는 반면, 필리핀 등 일부 신흥시장에 투자했다 사기 등 뜻밖의 일을 당해 쪽박을 찼다는 안타까운 실패담도 끊이지 않는다.
 해외부동산 거래는 특성상 현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외국 현지 브로커 등을 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브로커의 신용도, 시행사의 부도 가능성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리은행 PB사업단 박상욱 과장은 "현지에 대한 정보가 어두운 만큼 국내 알선업체 가운데 믿을 만한 전문업체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분양시기 따라 분양가 들쭉날쭉
 동남아 부동산은 분양 방식 등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가장 큰 차이는 같은 아파트라도 분양시기에 따라 분양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시행사와 달리 자금력이 탄탄한 시행사가 많아 물량을 조금씩 내놓으면서 값을 올려 나간다. 마지막 분양 때의 분양가가 최초 분양 때보다 30~40% 상승하는 경우도 많다. 신한은행 조강엽 차장은 “때로는 분양보다 개인 전매 물량을 사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과 달리 기본 골조만 갖춘 형태로 분양되기 때문에 인테리어 비용으로 3.3㎡당 150만~3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며, 아파트 임대 이후에도 전기·수도세 등 실비를 제외한 관리비는 집주인이 내야 한다. 말레이시아 통화인 링깃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환차손을 입을 수도 있다. 고준석 팀장은 “현지 답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과장 광고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소개업체나 홍보업체 말만 믿고 무심코 투자하면 낭패보기 쉽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팀장은 “싱가포르는 지난 2년간 연평균 25%씩 급등했다”면서 “한국 강남지역을 뺨칠 정도로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자녀교육 목적이나 현지 주재원 등 실수요자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해외부동산 취득시의 국내세금 및 유의사항
 국내에서 부동산의 취득하는 경우 납부하는 세금은 취득세와 등록세가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국내에서의 취득이 아니고 또한 국내 등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취득세 및 등록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단,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한 자금을 증여받았거나 또는 해외부동산의 취득을 위한 자금의 출처를 밝히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증여세가 과세된다. 결국 해외부동산의 취득을 위해 자금을 증여받지 않고 순수 자기자금으로 취득한 경우라면 취득단계에서 발생되는 국내세금은 없다. 취득자금이 10억원 미만이면  80% 이상만 소명하면 되고, 취득자금이 10억 원 이상일 때는 입증하지 못하는 자금이 2억 원 미만이면 취득자금 전체를 소명한 것으로 본다.
 해외부동산 보유 시에는 국내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를 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임대하면 임대소득에 따른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해외부동산 임대소득은 국내외에서 발생한 타 소득과 합산해 다음 연도 5월31일까지 국내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종소세 확정 신고를 하고 소득세를 자진 납부해야 한다. 이때 해외부동산 소재지 국가에 납부한 임대소득 관련 세금은 국내 세금 신고 시 세액공제를 받거나 필요경비에 포함해 공제받을 수 있다.
 해외부동산을 매각·양도하면 국내세법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다만 해외주택에서 실제 거주하는 등의 사유로 거주자가 아니었던 자가 국내에 복구한 후 5년 이내에 해외주택을 양도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국내 세법을 적용받는 거주자이면 임대소득 신고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납부한 세금은 세액공제나 필요경비 산업 절차에 따라 공제받을 수 있다. 국내의 양도세 신고와 동일하게 양도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2개월 이내 예정신고하면 내야 할 세금의 10%를 공제받을 수 있다.
 유의해야할 점은 해외주택은 양도세 계산 시에는 중과세율 적용대상 국내주택 수에서 제외되지만 임대소득에 대한 종소세 과세 대상 여부 판정 시에는 주택 수에 포함해야 한다.
 국내 부동산 투자와는 달리 해외부동산 투자는 국내 부동산중개사와 같은 기관의 도움을 받기 힘든 사례가 많아 투자자 스스로 세금 문제를 주의하지 않으면 자칫 무신고 가산세나 무납부 가산세를 부담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 신뢰할만한 중개업체 선택해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해외부동산 투자 붐을 타고 국내에는 100여 곳의 중개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업체들의 대부분은 분양 프로젝트에 따라 일시적으로 생겨났다 사라지는 해외 중개업체의 지사나 브로커들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전문성을 갖추고 지속적인 사업을 펼치는 전문업체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또 국내 일부 중개업체의 경우 투자유치 실적에 급급해 국내 세금부담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잖게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국제세원담당관실 서재룡 계장은 "중개업자들은 보통 투자국의 세제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세금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 이중과세금지 원칙에 따라 해외에서 납부한 세금은 공제 대상이다. 국내에서 납부해야 하는 세금에는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세, 상가 임대수익에 대한 종합소득세, 상속 및 증여에 따른 상속 및 증여세가 대표적이다.

문윤홍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