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총면적은 768만2300평방킬로미터.

한반도의 35배이고 알래스카를 뺀 미국과 거의 비슷한 크기이다. 유럽면적의 두 배나 되는 드넓은 땅을 차지한 호주의 인구는 2천만 명을 약간 웃도는 정도다.

당연히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아서, 1평방킬로미터에 대략 두 명 정도가 살고 있을 뿐이다. 텅 비어있는 대륙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널찍한 나라의 부동산가격은 얼마나 할까.

시드니의 부동산은 서울의 웬만한 부동산 가격 뺨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시드니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혀를 내두른다. 시쳇말로 ‘널널한’ 땅에다 ‘헐렁하게’ 지은 집들인데 왜 이렇게 비싸냐는 것.

지난 4월까지 브리스번 7.9%, 애들레이드 5.7%, 시드니 1.4% 각각 상승했다.

호주 부동산시장이 올 들어 대부분의 주(州)에서 상당 폭의 상승세를 보이는 등 가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퍼스 주택시장의 냉각으로 시드니가 '호주 최고가(最高價) 도시'의 지위를 되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업체인 RP데이터와 리서치 회사인 리스마크 인터내셔널이 최근 발표한 2007년 4월까지의 1년간 부동산가격 동향에 따르면 주택시장이 지난 2년간의 침체 및 하락 국면에서 광범위한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부호주 퍼스는 자원 붐으로 인한 최근 수년간의 지속적인 강세에서 반전돼 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단독주택 가격은 브리스번(7.9%), 애들레이드(5.7%), 다윈(4.1%)이 강세를 보이고 시드니와 캔버라가 각각 1.4%, 1.2%의 소폭 상승세를 나타낸 반면 퍼스는 2.7% 떨어졌다. 4월말 현재 시드니의 단독주택 평균 가격은 51만5,800불로 퍼스(46만2,000불)를 크게 앞질렀는데 작년 11월에는 퍼스가 56만4,000불로 시드니(51만5,000불)를 능가한 바 있다.
리스마크의 조사실장 매튜 하드맨 박사는 “이번 조사결과가 중앙은행의 지난해 3차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호주 주택시장이 탄력을 보이고 있다는 자신의 견해를 확인해 주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주택가격 강세는 2003년 이후 조성돼온 공급한계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하드맨 박사는 "기존의 주택소유주에게는 반가운 소식일지 모르지만 현재 주택시장에서 밀려나 있는 호주인들에겐 그다지 바람직한 결과는 아니다"라며 “여러 도시에서 앞으로 주택매입 여유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호주 최대의 모기지 중개업체인 AFG의 최신 통계자료에 따르면 호주인의 평균 주택융자 규모가 주택가격과 자신감을 반영해 2006년 12월의 30만달러에서 2007년 6월에는 31만7000달러로 5.6%나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부 호주시장의 평균 융자 규모가 32만5000달러에서 36만9000달러로 13.5%나 뛰었고, 빅토리아주는 26만8000달러에서 28만8000달러로 7.4% 증가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의 경우 지난해 12월 37만6000달러에서 지난 5월에 38만2000달러로 증가했다가 6월에는 다시 12월 수준으로 돌아갔으며 퀸슬랜드주는 28만2000달러에서 29만달러로 2.8% 늘어났다.

AFG 관계자는 "서부호주의 신장세가 보다 안정적 수준으로 둔화되고 있는 반면 뉴사우스웨일스주와, 보다 작게는 빅토리아주에서도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추세가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시드니 집값이 비싼 이유
바다가 내륙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는 천혜의 항구도시인 시드니는 호주의 관문과 같은 도시다. 또한 호주 전체인구의 20%인 400만 명 남짓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시드니는 경기도보다 약간 크다. 이러한 시드니의 집값이 택지부족으로 30년 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30년 전엔 토지가치가 집값의 20%였는데 지금은 60%를 육박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환경 친화적 쾌적한 도시를 유지하려는 시드니 시민들(Sydney Siders)의 욕구 때문이다. 주택가 건축물에 엄격한 고도제한이 적용되는 것과 인구의 도시집중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호주인구의 약 95%가 인구 2만 명 이상의 도시에서 살고 있는 것. 그러다보니 택지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호주가 미국이나 영국 못지않게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경제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방임에 가까운 시장 메커니즘(Market Mechanism)에 부동산시장을 방치해버린 집권보수정당 자유-국민 연립정부와 호주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의 책임이 크다는 게 호주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첫 주택구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꾀했던 존 하워드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부동산 가격이 수직상승하는 상황에서 2001년 한 해에만 여섯 차례에 걸쳐 6.25%이던 기준금리를 4.25%로 인하했던 연방준비은행의 이자율 정책이 오늘의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특히 존 하워드 총리가 부동산정책을 선거 전략에 이용한 사실은 지금도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04년 11월 총선 당시 이자율에 관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통해 승리했다. “노동당이 집권하면 이자율이 오른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수많은 유권자들을 협박한 것.

그러나 존 하워드 총리는 재집권에 성공하자마자 이자율이 올라 큰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와 독립된 결정을 내리는 연방준비은행이 “하워드 총리가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자율을 올렸기 때문이다.

◆호주 집값 2000년 이후 50% 상승
호주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호주 주요도시의 집값은 2001년 15.5%, 2002년 18.4%, 2003년 18.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니 올림픽이 열렸던 2000년 이후에만 50% 정도 상승한 셈이다. 중산층이 거주하는 시드니 북서부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던 1996년과 최고치를 기록한 2003년을 비교해 보면 네 배나 차이가 난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봉급생활자들까지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다. 부동산 시장은 한 몫 잡겠다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시중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세일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이런 현상을 두고 호주독립연구소의 피터 손더스 연구원은 “1986년부터 2004년 사이에 주택가격이 무려 310%나 급등했는데, 같은 기간 동안 봉급생활자의 급여는 128% 상승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호주노동자들의 노동의욕과 저축의지를 저하시키는 약탈적 자본주의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손더스 연구원은 또 “이처럼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만 빠르게 부를 축적하다보면 부(富)의 불균형도 문제가 되지만 더 큰 문제는 사회적 균열현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여당의원인 말콤 턴불 의원이 지적한대로 부동산 붐과 관련된 자본이득세 포탈의 만연도 집 없는 서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사회병리현상”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전국무주택자동맹(National Housing Alliance)은 “호주부동산 가격폭등이 무주택자의 숫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주거비 과다지출로 인한 ‘주택 스트레스’가 결국은 1만여 명에 달하는 전에 없던 홈리스(Homeless: 집 없는 사람들)를 양산했다”고 당국의 무책임한 주택정책을 비판했다.
주택가격의 폭등은 서부호주 출신의 킴 비즐리 노동당 총재의 개인생활에도 타격을 주었다. 그는 야당대표의 정치활동을 위해 올해 초 시드니에 주택을 구입할 예정이었는데 터무니없이 오른 집값 때문에 결국 방 두 개짜리의 아파트를 셋집으로 얻어야 했다.

◆호주부동산 거품이 꺼지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한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던 호주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과대평가된 호주부동산 가격이 붕괴 조짐을 보이면서 꽁꽁 얼어붙었다”면서 “호주의 사례가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전세계적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어 호주 TV 채널7의 '선라이즈(Sunrise)‘ 프로그램은 “연방준비은행이 공격적 이자율 정책으로 천정부지의 호주 부동산 가격을 꺾어놓았다”고 진단했다.이 프로그램은 “2004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25% 금리인상을 단행해서 부동산 시장을 급랭시킨 연방준비은행은 2005년 3월, 집값이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자 또다시 0.25%를 올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연방준비은행은 선제적 금리인상을 단행할 때마다 부동산개발업자를 포함한 경제계로부터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최근 5년간 90% 가까이 오른 부동산가격이 거품붕괴로 이어질 경우 경제안정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갑작스런 소비위축 등으로 경기의 급랭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던 것.

뉴욕타임스는 “호주 부동산가격은 여전히 25% 정도 과대 평가됐다.”라는 내용의 모건 스탠리의 분석도 보도했는데, 이런 보도를 가장 반기는 곳은 연방준비은행이다. 금리인상이라는 부담스런 조치를 통하지 않고도 부동산 가격을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방준비은행은 이자율 인상조치 말고도 부동산시장 거품의 붕괴를 암시하는 강력한 경고를 간헐적으로 발표하면서 집값의 안정을 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