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파동이 미국경제에 미치는 충격에 대한 논란이 뉴욕 월가에서 이어져 온 가운데 미국 내 주요 10개 도시의 주택가격이 지난 16년 사이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등 부동산경기의 하락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기존주택 판매가 지난 5월 최근 4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1년 전과 대비(對比)한 중간값도 10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全美)부동산중개업협회(NAR)는 6월25일 기존 단독주택과 콘도(아파트)의 판매가 전월대비 0.3%가 감소한 599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3년 6월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주택판매의 중간값은 1년 전에 비해 2.1%가 떨어진 22만3700달러로 집계됐다. 이번 중간값 하락세는 10개월 연속으로 이어져 최장기간으로 기록됐다.

이런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87년부터 주요 10개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 발표해온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4월 종료된 12개월 동안 연율(年率)기준으로 2.7% 떨어져 지난 9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S&P가 분석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조사 대상을 20개시(市)로 확대한 지수도 지난 1년 사이 2.1% 하락, 역시 기록을 세웠다. 또한 S&P의 분석은 4월 중 미국 전역의 전반적인 주택가격 상승세도 17개월째 둔화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마켓워치는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이 지난 2000년 이후 2배가량 상승한 상태임을 상기시켰다.

조사대상 20개 도시 가운데 14곳의 집값이 떨어진 가운데 디트로이트가 9.3%로 최고 많이 하락했으며 샌디에이고(6.7%), 워싱턴DC(5.7%) 순으로 집값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애틀은 지난 1년 사이 가장 높은 9.6% 상승했으며, 노스 캐롤라이나주 샐럿(7%)과 오리건주 포틀랜드(6.4%) 순으로 집값이 뛴 것으로 비교됐다.

마켓워치는 S&P 케이스-쉴러 지수가 미 상무부나 NAR의 집계와 비교해 주택시장 추이를 상대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주택시장발(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6월25일 발표된 NAR 지수들도 어둡게 나타났다. 기존주택 판매는 5월 중 0.3% 하락해 연율 기준 599만 채에 그쳤다.

이는 지난 4년여동안 최소 수치이다. 하지만 주택매물 재고는 5% 증가해 199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6월중 103.9로 상향조정된 5월 수치에 비해 5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현시점의 경기를 반영하는 ‘현재상황지수’도 6월에 127.9로 한달 전의 136.1에서 하락했다.

앞으로 6개월의 경기를 가늠케 하는 ‘미래상황지수‘도 90.1에서 87.9로 떨어졌다. 콘퍼런스보드의 린 프랑코 리서치센터 책임자는 “단기적으로 볼 때 소비자들이 여전히 경기를 암울하게 보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잔이 반은 차고 반은 비어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는 처음 2년 정도는 낮은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그 이후에는 높은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일반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시에는 대출금에 대한 원리금 상환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소득검증이 생략되므로 신용이 낮은 개인들이 쉽게 주택담보대츨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일정기간 후에는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므로 상황 여하에 따라 부실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단점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대출방식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그동안 미국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여 옴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발하게 사용해 왔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2006년 4분기에 13.3%로 급상승하고, 과거 2년 사이에 취급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5개 중 1개가 주택압류 대상으로 파악되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미국경제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그동안 치솟기만 하던 미국 부동산가격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세로 반전함에 따라 주택가격이 대출금액에 미달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2006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사람들 중 18%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현재 대출금액 보다 주택가격이 더 떨어졌기 때문에 주택을 팔더라도 대출금을 전부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앞으로 미국 부동산시장이 본격적 하락세를 보인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주택담보대출 시장 전체로 확산되지 않고 일단 수습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포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위기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다시 이슈로 부각된 것은 월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운영하던 헤지펀드 2개가 손실을 입어 청산위기에 몰리면서부터다.

이 펀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한 CDO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주택 소유자들이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를 제때에 갚지 못하고 연체하거나 아예 파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주택담보 대출을 바탕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 수익률이 떨어졌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던 헤지펀드가 베어스턴스 2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체인캐피털이 런던에 설립한 헤지펀드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한 증권에 투자했다가 연체와 저당률이 늘어나면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베어스턴스 2개 헤지펀드가 청산위기에 몰린 것이 최근 늘어난 부동자산에 대한 투자 위험성을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염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율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아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으나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이다.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공포에서 벗어나는 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