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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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도시 파주, '군사시설'이 걸림돌

교하,금촌 전 면적의 90%내외가 보호구역 개발위한 군부대 동의 얻기 하늘의 별따기

2003년 05월 13일 (화) 00:00:00

김원군

“사단장님, 아파트 건립을 허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주시에 진출한 L주택건설업체가 군부대로부터 아파트 건설에 대한 동의를 받고 분양에 들어가면서 거리에 내건 현수막이다. 주택건설업체가 파주시에서 군부대 동의를 얻어 주택 사업을 하는게 어느정도 힘든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파주시에 따르면 문산, 월롱 등 15개 읍면을 합친 시 전체의 면적은 68만2,670㎡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군통제보호구역(13만9,360㎡)과 제한보호구역(52만6,955㎡) 등은 66만6,315㎡에 달한다. 시 전체 면적의 90%가 넘는 곳이 군부대 동의를 받아야 개발이 가능한 군사시설보호구역인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정부가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교하, 금촌지구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교화지구는 전체 5만7,900㎡ 가운데 6,915㎡(12%), 금촌지구는 2만3,920㎡중 1,954㎡(8%)만이 해제구역이어서 사실상 택지개발지구 전체가 군사보호구역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문제는 이 지역에서 군부대 동의를 얻어 개발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점이다.
파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사전 군사협의를 의뢰한 3,568건 가운데 군부대 동의를 얻은 것은 1,308건으로 36%이다. 올 3월말 현재 군사협의를 의뢰한 전체 920건중 검토가 끝난 529건 가운데 동의를 얻은 것은 217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이 건물의 신축이나 증개축이 힘들게 되자 주택건설업체가 파주시 진출을 아예 외면하고 있다.
A건설업체의 관계자는 “파주시의 경우 남북철도 복원공사 마무리와 경원선 복선화 등 개발 호재가 많지만 군부대 동의를 얻기가 전국에서 가장 힘들어 진출을 기피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11월 교하면 야당리에 아파트 신축에 들어갔던 H건설의 경우 인근 수녀원에서 골프장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전차의 기동이 가능한 폭 8m로 확장하고, 군부대 사용보장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동의를 얻었다. 이것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동의를 철회한다는 계약서를 제출하고 공사 착공에 들어갔다.
군부대 동의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기는 파주시청도 마찬가지.
지난해 3월 조리면 죽원리 223번지 일대에 공무원들을 위한 배드민턴장을 신축하기 위해 군부대 동의를 요청했다가 ‘거점 전망의 관측과 작전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부동의 처리받아 낭패를 당했다.
지난해 5월 파주 출판문화단지 1단계 공사로 3~5m 녹지구간 조성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토지공사측도 군부대로부터 ‘환경과 위생관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부동의 처분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착공을 포기했다.
파주시청의 관계자는 “현행법상 군부대가 군사작전의 이유로 부동의 처분을 내리면 개발을 할 수가 없다”며 “이 때문에 민원이 끊이지 않아 군부대 동의 여부에 대한 기준을 요청했지만 군사비밀이라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군부대 동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공개되지 않자, 개발을 둘러싼 이권개입 등 갖은 소문이 무성하다.
인근 부동산 중계업소의 관계자는 “같은 지역인데도 한쪽은 부동의, 또다른 곳은 동의 처분을 받게 되자 청탁여부를 둘러싼 갖은 소문이 널리 퍼져 있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전 청와대 행정비서실 행정관이었던 L씨는 군부대 동의를 얻는 대가로 D건설업체로부터 2차례에 걸쳐 1억5,000만원을 받았다가 알선수재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앞서 지난 99년 5월에도 현역 육군 K소장이 파주지역 여단장으로 재직할 당시 임진강 자유로 변에 10층짜리 위락시설에 대한 신축 허용 조건으로 모두 5차례에 걸쳐 8,200만원 받았다가 군사법원에 기소되기도 했다.
특히 부대내 자체 심의위원회 과정에서 해당 토지가 군작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에 따라 부동의 처분을 내렸던 것을 묵살하고 허가를 내준 것이어서 ‘고무줄’같은 군부대 동의 여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대 동의를 얻어 개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파주시의 개발과 주민들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군부대 동의에 대한 기준이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