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총 2만6,000여 가구를 짓겠다며 내놓은 은평 및 길음 지역의 개발기본구상(안)에 교통대책이 빠져있어 앞으로 적지 않은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총 2조 1,000억원대로 추산되는 사업비 확보 방안이 불투명해 계획년도 안에 사업이 마무리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정동일 의원은 지난 16일 “교통영향 평가 등 사전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계획안이 성급히 발표되었다”며 “만약 사업이 이대로 추진된다면 난개발을 막으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오히려 난개발의 대명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가 발표한 두 지역의 개발안은 보행자 우선 원칙만을 내세웠을 뿐 구체적으로 도로신설 등의 교통지옥 해소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은평 뉴타운의 도로사정은 현재 출퇴근 이용자, 북한산 등지의 행락객, 군사시설 등의 요인으로 인해 극심한 정체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통계한 고양시~구파발 구간에 7만7,931대, 홍은동~녹번동 구간에 12만93대라는 일일 교통량만 보아도 이곳의 교통난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다 새도시가 들어서면 현재의 8,700여 가구에서 1만 1,500가구로 늘게되어 교통난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신설도로 건설이나 기존도로의 확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뉴타운의 교통문제는 큰 것이 아니라는 식의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서울시 진희선 뉴타운사업반장의 “보행자 도로를 쾌적하게 만든다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걸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 여기다 그는 “앞으로 주 5일근무제가 정착되면 교통량이 많이 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교통난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추가로 건설되는 가구(7,000여 가구)에 따른 차량 증가 동·하절기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자가용 이용 증가, 주5일제에 따른 행락객 급증 등의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동일 의원은 이에 관해 “교통 문제 해결책만을 보더라도 이번 사업이 얼마나 탁상 공론에 가까운지를 알 수 있다”며 “보다 근본적으로 이면도로 신설 등의 계획이 필요할 것”이라 지적했다.

길음뉴타운도 경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서경대 진입로 확장, 도봉로 연결 확장도로와 보국문길 우회도로 신설 계획과 함께 미아로의 버스중앙차선제 실시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방안만으로는 교통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거주해온 주민 최모(57세)씨는 “시가 지원하는 뉴타운 계획에 주민들은 적극 찬성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주민들이)교통문제를 매우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조차도 서울시 교통대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보다 근본적인 교통문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업비 확보 방안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타운 건설을 위해 서울시는 약 2조1,000억원 정도의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현재까지 4,000억원의 도시개발사업특별비만을 마련하고 있는 형편이다.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해도 당장 올해 말부터 이주 보상비 등 지출요인이 발생한다. 또한 추가로 뉴타운 건설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책정된 4,000억원 전액이 형평성 등의 문제를 고려해 이곳에만 투자될 수 없는 형편이다.

서울시가 당초 계획을 바꿔 사업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어려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시가 당초 길음뉴타운 사업비로 1,200억원을 잠정 책정했으나 최근들어 절반 수준인 600억~700억원 규모로 슬그머니 축소하려 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또 시는 은평뉴타운을 시의 예산은 사용하지 않고 도시개발공사를 사업시행사로 선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경우 은평뉴타운의 각종 기반 시설에 대한 건설비용 전액이 일반 분양자들에게 떠넘겨 지거나 사업시행 자체가 늦춰지는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서울시는 시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는 방향으로 민간 사업자의 유치 등 보다 적극적인 재원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선시공 후분양 실시도 고려할 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