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분양가 규제 이구동성

소시모, 원가공개로 투명경영

경실련, 분양가 규제는 후분양제로 참여연대, 원가연동제 부활로

규제 집값은 올라갈 줄은 알아도 내려올 줄은 모른다?

천정부지로 집값이 오르자 배후세력으로 분양가 상승이 지목됐다. 급기야 올들어선 주변 시세를 초월하는 신규아파트가 등장하자 분양가 규제를 외치는 시민단체들도 각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활동개시에 나섰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후분양제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시민단체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이들의 활동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에 따른 권리’를 가진 건설업체와 ‘주택은 엄연한 준공공재’라는 시민단체 사이에서 집값과 신규분양가의 부화뇌동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지난해 5월 서울지역 동시분양에 대한 분양가 조사를 시작으로 신규분양가 규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회계사·감정사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분양가 평가심의위원회를 구성,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동시분양 참여업체 사업내역서를 토대로 분양가를 산정해왔다.

소시모의 분양가 규제에 대한 입장은 ‘소비자의 알권리에 대한 존중과 품질상승’이다. 분양가 상승을 규제로서 다스릴 경우 과거의 폐해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타당한 이유로 분양가가 상승했다면 원가공개와 분양가 산정과정이 투명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1년여 동안 서울 동시분양 분양가를 조사해온 소시모로서는 분양가 조사 때마다 건설사가 제시하는 허술한 사업내역서와 시늉내기식 분양가 인하에 실망을 금치 못했기 때문에 소비자가 ‘내가 살집’의 가격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산정되는지 요구한다면 공급자는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 측면에서 원가내역 공개는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소시모 김자혜 사무총장은 “소비자는 투명성과 타당성 여부를 궁금해한다”며 “주택의 품질에 대한 고민과 개선없이 광고 등에 뿌려지는 돈들을 소비자가 내고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경고하며, 건설업체에 변화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자유경제 시장부분에 대한 규제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소시모와 비슷한 입장을 가지나 경실련은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분양가 규제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후분양제 도입이 그것. 과거 분양가 규제 시절 건설업체에 특혜를 주기위해 도입됐던 선분양제도가 분양가 자율화 이후에도 계속 시행되는 것은 시장질서의 확립에 장애요소가 된다는 주장이다.

경실련 남은경 간사는 “95년부터 제기됐던 후분양제 도입에 대해 그간 정부와 건교부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 지금과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경기에 따라 공급·수요가 좌지우지되면서 경기가 왜곡되고 소비자는 스스로 구입한 상품을 알지 못하는 상황까지 오게됐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후분양제 도입에 대해 시범지역 우선도입 등 단계적 도입방안을 검토중이다. 또한 후분양제 활성화를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과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참여연대-참여연대는 지난 3월12일 분양가 상승에 대해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참여연대가 분양가 상승을 막기위한 방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주택분양가원가연동제지침 부활. 1998년 12월30일 분양가 자율화와 함께 폐지된 분양가 원가연동제를 부활시킴으로써 분양가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는 소시모·경실련과 달리 분양가 상승을 막을 구체적인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택은 준공공재의 성격을 포함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시장논리에 따른 공급자의 의지대로 결정되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 때문에 치솟는 분양가를 규제하기 위해 과거의 원가연동제의 부활을 역설한다.

참여연대는 올해 4월부터 분양가 상승에 대해 공감대 형성 등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과 김기은 간사는 “준공공재 성격을 지닌 주택이 시장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되선 안되며 현재 규제도 전혀없다”면서 “관련법률 미비 등을 이유로 지자체와 건교부 등이 발뺌을 하는 것은 스스로 무능력함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의 이같은 요구는 과거 규제로 인해 발생했던 주택의 획일화, 부동산 투기 만연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동반되지 않은 채로는 무리스럽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