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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프로젝트파이낸싱 정착 필요

기자의 눈

2003년 03월 05일 (수) 00:00:00

길진홍

'은행돈을 가져다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
주택사업자가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사업시행권, 분양권, 분양채권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겠다는 주택보증의 업무지침이 지난주 알려지면서 건설업계는 뒤숭숭한 한 주를 보냈다.
주택보증이 지난 2월15일 시달한 업무지침에 따르면 금융권 대출을 받은 주택사업자는 대출기관, 담보관련 이해관계인, 대출약정 연대보증인, 시공회사 등으로부터 '사업부지 및 일체의 권리, 분양권, 분양대금채권 등의 권리를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치 않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주택보증에 제출하도록 돼있다.
이는 사실상 주택사업자가 은행돈을 빌려 아파트를 지을 경우 당해사업과 관련한 일체의 담보제공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당해사업장이 부도가 날 경우 보증손실을 그대로 보증기관이 떠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택보증의 입장이다.
실제로 금융권은 대출원리금이 회수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건설업체에 분양대금 등을 포함한 각종권리를 담보로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자금력이 부족한 시공사나 시행사가 금융기관의 이같은 이면계약요구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란 점이다. 금융권과 보증기관 사이에서 사업주체만 더욱 눈치만 살펴야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건설업체에 옥쇄가 돼버렸다. 사업성을 기초로 자금을 대출하는 순수의미에서 벗어나 담보권을 설정해야만 대출이 이뤄지는 기형적 프로젝트파인낸싱이 주택건설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해당 프로젝트를 보증할만한 보증기관이나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보증기관과 금융기관이 이를 모를리 없다. 그러나 금융권, 보증기관 모두 문제해결을 위한 성의는 없어 보인다. 단지 대출금 회수와 관련한 손익계산에 급급해 주택사업자를 볼모로 치졸한 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같이 주택사업자가 떠않는 금융부담은 고스란히 분양가에 포함돼 수요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번 사건이 프로젝트파이낸싱 금융제도 정착을 위한 논의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같은 좋은 칼을 두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몰라 은행돈을 가져다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해프닝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칼이 아니라 한낮 쇳조각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