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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대책 호기 관망 업계 반응 양분

주택건설사는 관망이 대세

2002년 09월 25일 (수)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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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부동산 안정대책에 대한 건설업계의 반응은 '관망'과 '호기'로 양분된다. 대형건설업체를 비롯해 실수요자들은 시장을 관망하는 입장이 우세하고 중견건설업체나 분양대행업체들은 조심스럽게 정부대책으로 인한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 중개업계는 정부가 부동산 과열의 주범으로 중개업자로 몰고 간다며 반발하고 있다.
◇ 주택 건설업체 "시장판단 시기 상조"
주택 건설업체들은 정부 대책의 효과가 드러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때문에 아직은 시장을 관망하고 있으며 사업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는 업체가 많다.
동양메이저 건설부문 김종욱 영업팀장은 "정부 정책이 너무 자주 변해 적응하기 어렵다"며 "아직까지 회사차원에서 대책회의나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 금호건설 함경남 과장도 "회사의 공식적인 대응책이나 입장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9차 동시분양에 참여하는 업체의 입장도 마찬가지. 역삼동에서 48가구를 분양하는 이수건설의 김상목 부장은 "이번에 공급되는 물량은 이미 계획돼 있던 것"이라며 "정부 발표가 시행되기까지는 시차가 있어 이번 분양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문수센스빌(21가구)을 분양하는 문수종건 서병도 이사는 "중견업체의 경우 9.4대책 이전에도 프리미엄 등 거품이 형성되지 않았다"며 "실수요자 위주의 소형평형 구성되어 있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임대사업을 위주로 하는 대한주택공사나 도시개발공사는 입장이 느긋한 편이다. 대한주택공사 조재영 대리는 "정부 조치가 직접적으로 우리 공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별로 없다"며 "오히려 임대주택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입장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공사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중소업체들은 투기세력의 표적이 됐던 대형건설업체들의 유명브랜드의 거품이 제거됨에 따라 반사적 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수종건 서 이사는 "그 동안 주택시장은 대형건설업체의 유명브랜드에 대한 청약과열 현상으로 인해 중견업체들은 서울시 동시분양에서도 미달사태를 경험하기도 했다"며 "브랜드에 대한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제거된다면 실수요자를 노리는 중견업체들에겐 오히려 호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부동산 중개업계 "과열주범 몬다" 반발
부동산 중개업 단체를 비롯해 중개사들은 "정부가 부동산 경기과열을 중개업자들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양소순 홍보팀장은 "일부 '떳다방'의 문제를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전체 중개사업자의 문제인양 호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정직하게 일하는 많은 중개업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가격 급등지역 부동산중개사무소 153개소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인다고 발표한 국세청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정부가 부동산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분 아래 분양권 전매허용, 주택청약제도개선 등을 통해 부동산 투자자들이 신규 아파트분양, 재건축시장 등으로 몰릴 수 있는 투기적 장치를 마련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 이를 중개업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부협은 "현 정부는 일관되지 못한 정책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만 양산했을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부동산유통시장의 자율조절기능마저 얻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중개보조원에 대한 등록·교육제도를 폐지, 간판·상호에 대한 규율 폐지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주장했다.
◇ 리츠 및 실수요자 "관망 분위기" 확연
실수요자들은 일단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www.r114.co.kr)의 발표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좀 더 시켜보고 아파트 구입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인원이 총 설문응답인원(6713명)의 66%(4430명)에 달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내집마련 실수요자인 회사원 이 모씨(28, 봉천동)는 "9.4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없다"며 "이를 계기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 내집마련이 오히려 용이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츠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지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만한 재료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정부 대책으로 갈곳 없는 유동자금이 리츠쪽으로 움직일 것이란 조심스런 예측도 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오용헌 부동산팀장은 "시중에 돌고 있는 단기 유동성 자금 300조원이 정부의 9.4 대책으로 인해 갈 곳을 잃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임대료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리츠 등 부동산예금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토지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다보고 있다. CR리츠 운용자는 "아파트 가격은 IMF수준을 회복했으나 토지가격은 아직도 80%선을 유지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토지를 중심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분양대행업체 "상가, 오피스텔 등 분양 호조" 환영
분양대행업체들은 정부대책을 조심스럽게 환영하고 있다.
분양대행업체들은 주로 분양이 어려운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의 분양대행을 맡고 아파트의 경우 분양대행하는 경우고 거의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 정부의 9.4대책이 분양대행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은 덜할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분양대행업체 리얼티소프트의 이태호 부장은 "서울시 아파트의 경우 분양대행업체의 참여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분양대행업체가 주로 참여하게 되는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의 경기는 오히려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성 부동산의 투자 움직임이 활발한 것이 분양대행업체에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란 얘기다.
또 일산의 오피스텔 중앙하이츠의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정부대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의전화가 자주 오고 있다"며 "오피스텔의 경우 아직까지 눈에 띠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등포의 테마상가 점프밀라노 임진택 분양팀장은 "상가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정부대책으로 인해 상가부분은 오히려 호기를 맞이한 것이 아닌가 기대된다"고 전했다.